[MBN스타 김윤아 기자] 배우 송일국의 연기인생 제2막이 올랐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송일국은, 배우라는 수식어보다 ‘삼둥이 아빠’로 대중들과 호흡했다.
하지만 KBS1 대하드라마 ‘장영실’ 종영 이후에는 역시 ‘배우는 배우구나’라는 감탄사와 함께 잊고 있었던 그의 이름 ‘배우 송일국’이라는 타이틀을 되찾아왔다. 송일국은 초반, 노비 장영실을 표현하기 위해 너털웃음과 격식 없는 목소리 톤으로 그가 미천한 신분임을 드러냈다. 또한, 극 후반으로 갈수록 장영실의 신분이 상승하는 만큼 목소리 톤을 중후하게 변화시키고, 중대한 직책으로 인해 느끼는 그의 책임감을 표정만으로 그려내기도 했다.
더욱이 송일국은 ‘장영실’ 제작발표회 당시에도 “나는 굉장히 연기에 목말라 있는 사람”이라며 “어느 날 아내와 사극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지금 사극을 하면 잘 할 수 있을 텐데’라고 했다. ‘장영실’은 내가 가장 하고 싶을 때, 잘할 수 있을 때 하게 된 것 같아 정말 좋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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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영구 기자 |
-‘장영실’ 제작발표회 당시 연기에 대한 갈증이 많이 있다고 말했었는데.
“맞다. 연기의 갈증 있다고 했었다. 그런데 아직도 후회가 남아있다. ‘장영실’은 아이들이 태어나고 첫 작품이다. 아내가 임신했을 때 마지막 촬영을 했고, 아이들 태어나고 처음으로 촬영에 들어갔다. 정말 큰 변화가 있었다. 이 작품을 하며, 느낀 바가 많다. 아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작품 하는 동안은 더 집중할 수 있게 좀 나가 있어야할 것 같다.
다음 작품도 지금같이 집안 일과 병행하면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다. 유인촌 선배가 공연을 시작하면 본가에서 나와서 아예 따로 산다고 했었다. 당시만 해도 ‘왜 그렇게 유난을 떠나’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이해가 된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노비가 노비스럽지 못했다. 노비의 외모가 너무 장군 같았다. 첫 편집하는데, 편집 기사님이 ‘노비가 너무 잘 먹었네’ 라고 말했다더라. 감독님과 살 빼기로 한 목표치가 있었다. 생각만큼 안 빠져서 죄송스러웠다. 5kg는 더 뺐어야 했다. 시청자들이 더 몰입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아이들이 있다 보니 환경이 달라졌다. 내가 식탐이 많다. 집안 내력이다. 보면 알지 않나. 그래서 촬영에 들어가면, 집에 있는 음식은 다 버리고, 원천 봉쇄를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있으니 그렇게 할 수 없다. 일과 가족에도 최선을 다하는 게 큰 숙제 일 것 같다. ‘육아와 일을 함께 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구나’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물론 KBS2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하면서는 일과 놀이 가능했다. 그래도 계속 할 순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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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 촬영하며, 힘든 점은 없었나.
“생소한 대사가 너무 많았다. 천문학 관련한 대사는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사극이다 보니 고증에 따르느라, 말이 너무 어려웠다. 현대물처럼 대사를 고쳐 쓸 법한데, 작가님 스타일이 철저하시다. 대사를 외우느라 뇌가 흘러내리는 줄 알았다.
체력적인 건 가장 쉬웠다. 촬영지를 가봐야 문경이나 부안이었다. 드라마 ‘해신’ 촬영 땐, 완도를 일주일에 두 번 씩 갔다. 그게 너무 힘들어서 드라마 ‘주몽’은 안 하려고 했었다. 죽을 것 같아서 도망갔었는데, 덕분에 출연료는 올랐다. 하하. ‘주몽’은 나주에서 찍었다. 나주 정도는 훌륭하다.
감독님도 정말 훌륭했고, 열정도 많은 분이다. 그 열정이 부족한 예산을 메웠다. 캐스팅 하나 하나도 연극배우들로 꾸렸고, 연극배우들이 재능 기부 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내가 촬영을 즐겁게 했다. 출연진-제작진 통틀어 자격루의 원리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 중 세손가락 안에 속한다고 자부한다. 집에 공구박스가 세 개나 있을 정도로, 만들고 그리고, 워낙 그런 걸 좋아한다. 여동생은 날 보고 ‘송일국, 물 만났네’라고 하더라.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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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 수출도 했다고.
“‘장영실’이 일본에도 수출된다고 한다. 굉장히 뿌듯하다. 사실 캐스팅 관련해, 내부적으로 반발이 있었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가장 큰 해외 수출 시장은 일본인데, 내가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에 비싼 값에 팔렸다고 하더라. 너무 뿌듯하다.”
송일국은 인터뷰 내내 “조금 더 잘했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지만, 이 역시 그의 연기 열정에서 나온 겸손함이었다. 무엇을 물어도 ‘기승전-연기’로 대화가 이어졌고, 아버지 송일국도 좋지만 배우로서도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연기하고 싶다는 말이 결론처럼 맺어졌다.
김윤아 기자 younahkim@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