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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저 말 진짜 많아요. 오늘 다 얘기하고 가겠습니다.” 이런 사람 처음이다. 만나자마자 손을 풀게 만든다. 등장부터 화끈한 선전포고로 훅 치고 들어온 주인공은 바로 新 ‘예능 강자’ 송재희(36). 최근 KBS ‘해피투게더’에서 입에 모터를 단 듯한 ‘국보급 입담’으로 예능 내공 삼천갑자가 넘는 MC 군단도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웃기기 위해 발버둥 치지 않았다. 그저 있는 그대로 조곤조곤 차분하게, 하지만 최대한 많이. 진지한 말투 속에 웃음은 덤이다. 쉴 틈이 없다. 노트북에 불나게 만들었던 송재희의 ‘융단 폭격’ 입담에 훅 빠져들어보자. 본격, ‘예능 늦둥이’ 적극 권장 ‘사심’ 인터뷰 시작!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정영 기자]
송재희 : 오는 길에 오토바이 가게가 많더라고요! 제가 차를 살 돈이 없어서 이동 수단으로 오토바이를 탄 적이 있었거든요. 소리가 큰 오토바이가 탐나내요. 아, 오늘 인터뷰 끝내고 바로 명동가서 국수를 먹은 다음에 오토바이 상가 들릴 거예요.
이정영(이기자) : 아, 그렇시군요!(당황)
송재희 : 면 좋아하세요? 전 완전 면 매니아거든요. 일본에 가서는 3일 동안 라멘만 먹은 적도 있어요.
이기자 : 잠시만요! 저희 아직 인사도 제대로 안했다고요.
송재희 : 아, 안녕하세요! 제가 말하는 걸 너무 좋아해서요.(하하하) 노래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사람 만나는 것도요! 주변에서 엄청 먹는데 살이 왜 안찌냐고 물어보시는데, 저는 말을 많이 하기 위해 먹는답니다.
이기자 : 네, 알겠습니다. 잠시 소개 좀 할게요! ‘해를 품은 달’ 이후 줄곧 ‘진지남’ 캐릭터를 고수하다 ‘해피투게더’에서 ‘예능 신성’으로 ‘빵’ 뜬 [뜰거야] 사상 가장 최고령(?) 배우 송재희씨를 모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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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 : ‘욱씨남정기’ 너무 재밌게 보고 있어요!
송재희 : 감사합니다. 출연 분량이 많지 않아서 송구스럽네요.(하하하)
이기자 : 그래도 굉장히 존재감 있던데요?
송재희 : 저희 드라마의 특징인 것 같아요. 출연 분량이 많지 않은 인물도 모두 극에 꼭 필요한 사람들로 채워져 있어요. 저도 많이 출연하지는 않지만, 특색 있는 캐릭터로 잘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이기자 : 정말 한 분 한 분 다 매력이 있더라고요. 가장 호흡이 잘 맞는 배우는 누구인가요?
송재희 : 저희 상무님! 손종학 선배님과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죠.(하하하) 진짜 거짓말이 아니고 시놉시스를 받아본 순간 상무 역할에 자연스럽게 손종학 선배님이 떠오르는 거예요. 실제로 떡하니 현장에 계셔서 정말 놀랐어요. 연기를 편하게 하도록 잘 이끌어주세요. 그리고 제 롤모델도 계셔서 촬영장갈 때마다 너무 좋아요.
이기자 : 롤모델이라면?
송재희 : 윤상현 형님이요. 그렇게 편안한 연기를 할 수 있는 분들이 존경스러워요. 같은 소속사이기도 한데요. 너무 잘해주세요.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도 담당하고 계시죠.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세요. 정말 멋진 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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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 : ‘예능 신성’으로 떠오른 소감을 듣고 싶어요.
송재희 : 과분하고 감사하죠!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지 몰랐어요. 항상 어떤 일이와도 ‘들뜨지 말자’는 생각으로 반응을 좀 안 보이려고 했거든요. 제 자신을 제어하지 못할까봐요. 근데 기분이 좋긴 좋더라고요.
이기자 : 가족 분들이 많이 좋아했을 것 같은데요?
송재희 : 가족 카톡방에서 난리가 났어요. ‘실검과 바람은 한 곳에 머물지 않습니다’라고 답장을 보내긴 했는데, 친구들한테도 반응이 폭발적으로 오더라고요. 주위 분들이 너무 좋아해주니까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기자 : ‘해피투게더’ 출연은 어떻게 이뤄진 건가요?
송재희 : 제가 출연했던 ‘다 잘될거야’라는 드라마가 ‘해피투게더’랑 같은 세트장인데, 스태프 분들도 다 똑같으세요. 그 사이에서 제가 웃기다고 소문이 돌았나 봐요. 엄현경 씨도 마침 MC로 출연하고 있으니까 저도 겸사겸사 게스트로 나가게 됐죠.
이기자 : 엄현경 씨 일은 어떻게 된거에요~ 얼마 전에 고백했다면서요.
송재희 : 그건 정말 오해랍니다! 너무 취중이라서 기억은 안나는데 장난이었을 거예요. 엄현경 씨는 정말 좋은 친구죠. 수줍음이 많으면서도 강인한 성격이랄까요. 얼굴도 마음도 예쁘죠. 근데, 제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 짚고 넘어가겠습니다.(하하하)
이기자 : 촬영 분위기는 어땠나요?
송재희 : 너무 좋았어요! 혹시나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비호감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했었거든요. 근데 편집이 정말 잘됐더라고요. 박명수 형님도 ‘일단 말을 많이 하고 보라’고 조언을 해줬어요. 나중에 스태프 분들이 ‘오늘 소스가 많이 나와서 평소보다 빨리 녹화가 끝났다’고 말하더라고요. 사실 제가 멍석 깔아주면 평소 실력이 잘 안 나오는 스타일이라 녹화 전에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근데 유재석 형님이 먼저 다가와줘서 덕분에 긴장이 많이 풀렸어요. 유재석 형님은 정말 천사십니다!
이기자 : 예능 출연 이후 김종민 씨와 닮았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송재희 : 정말 감사했죠. 편안한 사람이라는 뜻이잖아요. 김종민 씨는 그래도 자신만의 중심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강한 사람 같아요. 전 사람들이 만만하게 봐주길 항상 원했거든요. 예능 출연 후에 그건 이룬 것 같아요. 사람들이 이제 보기만 해도 웃더라고요. 어렵지 않은 사람,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는 사람이 되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로하고 도와주고 싶어요.
이기자 : 탐나는 예능이 있다면요?
송재희 : 당연히 말하는 프로그램이죠! 웃기려는 것 말고 커뮤니케이션이 목적이에요. 토크 콘서트도 좋고요. ‘마이 리틀 텔레비전’도 좋아요. 네티즌 분들과 열띤 대화의 장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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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 : 작품이 끝나면 봉사활동에 간다고 들었어요.
송재희 : 제가 지금 코이카 홍보대사에요. 3년 전 아프리카를 처음 갔는데, 우리나라에서 사는 아이들보다 훨씬 표정이 훨씬 밝아서 너무 놀랐어요. 우리보다 사는 환경이 열악해도 항상 미소를 잃지 않아요. 깨달은 게 많았죠.
이기자 : 깨달음이라면?
송재희 : 현대의 많은 사람들은 목적을 잃고 살아가요.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기쁨을 챙기지 못하는 것 같아요. 행복의 기준을 사회가 정해주기도 하고요. 그래서 ‘1작품 1코이카’를 외쳤죠.
이기자 : 일이 없으실 때 더 바쁘신 것 같아요.(하하하)
송재희 : 네. 봉사활동도 그렇지만 사람 만나는 걸 너무 좋아해요. 서로 사는 얘기하면서 보내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아요. 그리고 힘든 분들을 위해 기도하다가 하루를 보는 적도 있어요.
이가자 : 기도라니요?
송재희 : 예전에 ‘해품달’ 끝나고 SNS로 ‘당신을 위해 기도할게요’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어요. 굉장히 많은 분들이 사연을 보내주시더라고요. 제가 사는 목적은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이들은 날 위해 많이 기도해주는데 과연 나는 그런 적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계속해서 메시지를 주고받았죠. 그 분들의 실시간 게시물을 보면 지금은 다 행복해보여서 다행인 것 같아요.
이기자 : 그런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송재희 : 제 20대는 무너지고 부서지는 시간이었어요. 버틴 것도 아닌 그저 그 시간 속에 존재했을 뿐이었죠. 제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죠. 나쁜 생각까지 할만큼 힘들었어요. 하지만 그 시간들이 지금의 제가 살아가는 반석이 된 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그런 날들이 있었다는 게 감사해요. 저도 잘 견뎌냈으니까 다른 사람에게도 힘을 주고 싶어요.
이기자 : 자,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 갈게요! 올해 목표는 뭔가요?
송재희 : 30대를 얼마 남기지 않은 사람으로는 계속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훈련하고 싶어요. 연기자로서는 진지한 캐릭터 뿐만 아니라 정말 제 성격이 드러날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고 싶고요. 주어진 모든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이기자 : 아, 일본 팬미팅을 앞두고 있지 않으세요?
송재희 : 벌써 두 번째인데요! 저번에는 제가 말을 너무 많이 해서 통역 분이 고생 좀 했다더라고요.(하하하) 저는 한국보다 일본팬 분들이 먼저 생긴 경우인데요. 아무것도 아닌 저를 알아보시고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입 바른 소리가 아니라 단 한 분이 오셔도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 에필로그
여러분! 알파고 보셨죠? 로봇과의 전쟁이 곧 다가올 겁니다! 죄송해요. 너무 개그 욕심이 앞섰네요.(하하하)
그럼 제 매니저에게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어요. 진기야! 이번에 딴 배우한테 갈수도 있지만, 네가 나와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춰줬으면 좋겠다. 항상 잘 챙겨줘서 고맙다!
사진 /유용석 기자
“입덕 예약 받습니다. 언젠가 뜰 거니까요.” 누군가의 비주류가 모두의 주류가 되는 그날까지~ [곧 뜰 거야] [더 뜰 거야] [막 떴어요] 시리즈가 시작됩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수다스러운 인터뷰로 여러분을 초대할게요.[ⓒ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