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탐정 홍길동' 길동 役, 영웅인 듯 영웅 아닌 영웅 캐릭터에 살짝 긴장
"혈기왕성할 때 뿜어져 나오는 것 보여드리고 싶어요"
"영화 본다는 것 자체가 큰 행복"
"대중이 관심 가져줘야 제가 있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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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제훈(32)은 4일 개봉하는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로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에 나섰다. 3년 만이다. 드라마 '시그널'이 먼저 전파를 타 대중과 만났으나 군 전역 후 처음 작업한 작품은 이 영화다.
영화는 독특하다. 영웅인듯 영웅 아닌 영웅이다. 겁 없고, 정 없고, 기억 없고, 친구도 없지만 사건 해결은 99% 성공률을 자랑하는 홍길동(이제훈)이 20년간 해결하지 못한 단 하나의 사건을 추적하던 중 거대 조직 광은회의 충격적 실체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설명에서 보듯 홍길동 캐릭터가 일반적인 영웅은 아니다.
"탐정물에 그리 큰 관심은 없다"는 이제훈이 이 작품을 선택한 건 온전히 조성희 감독 때문이다. "조 감독님의 '남매의 집', '짐승의 끝'을 보면 우울하기도 하고 어둡고 음침한 세계가 그려져요. 그런 상황을 그린 감독이 하려고 하는 한국적인 히어로에 대한 호기심이 무척이나 저를 자극했죠."
조성희 감독은 이제는 엄청난 인기 스타가 된 송중기를 전작 '늑대소년'에서 발가벗긴 바 있다. 송중기라는 배우의 다른 면을 발견하게 한 작품이지만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건 달가운 장면만은 아니었을 것 같다. 혹시 주인공을 갑작스럽게 변신시키는 장면이 있을지 걱정이 되진 않았을까?
"약간요?(웃음) 홍길동이 좋은 면모를 갖고 있는 캐릭터는 아니거든요. 잔인하고 무섭기까지 한 사이코패스적인 사람이라 곁에 가고 싶지 않을 텐데 그래도 다행히 우리 편이 더 나쁜놈을 잡아준다는 설정이니 흥미로웠고 괜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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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은 나름대로 한국형 히어로 영화이니 액션 장면도 있을 것 같아 따로 액션 스쿨을 찾아 연습을 했다. 하지만 영화에서 필요한 건 이제훈이 무지막지하게 얻어맞는 신 뿐이었다.
"보통 이런 캐릭터는 치고받고 싸움도 잘하는데 저는 그냥 엄청 맞아서 너덜너덜해져야 하더라고요. 설정 자체가 싸움을 못하는 캐릭터였죠. 아무래도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할 것 같아요.(웃음) 제가 액션을 제대로 선보인 적이 없어요. 혈기왕성할 때 뿜어져 나오는 뭔가를 보여 드리고 싶네요. (영화 ‘파수꾼’으로) 교복 입은 학창 시절을 남긴 것처럼, 나이가 들면 근육 같은 게 없어질 테니 젊었을 때 할 수 있는 모습들을 많이 남기고 싶어요."
이제훈은 영화를 향한 애정도 드러냈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봐왔어요. 심심하거나 답답할 때 극장에 갔죠. 영화 본다는 것 자체가 연기하는 것보다 더 행복한 것 같아요. 두근거리는 순간이고, 과연 이 감독과 배우는 어떤 이야기로 메시지 또는 재미를 전달하고 자극할까라는 생각에 고민과 걱정이 사라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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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바쁘게 일하고 입대했어요. 쉼 없이 달려왔죠. 군 생활 동안 걸어온 길을 돌아봤어요.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 방향성을 정립하게 됐죠. 대중이 나를 잊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좋은 작품으로 좋은 연기를 선보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한두 해 연기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해요. 오랜시간동안 사랑받길 원하는 배우죠. 한 작품 한 작품 너무 소중해요. 천천히 한 스텝씩 밟아가야죠."
봉사활동도 그 연장선상이다. '시그널' 종영 후 그는 모든 스케줄을 뒤로 하고 아프리카로 달려갔다. "예전에는 '내가 잘 돼 돈도 많이 벌고 여유가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을 도와줘야지'였는데 그건 틀린 생각이었어요. 그런 의지와 생각이 있으면 바로 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어려움에 처한 이에게 관심과 응원을 보내면 그들이 꿈을 안고 세상 사는데, 발걸음을 내딛는데 용기를 주는 것 같아요. 일시적 이벤트로 끝나진 않을 거예요."
팬들은 최근 흥행한 '시그널'의 속편 제작을 원한다. 이제훈 역시
jeigun@mk.co.kr/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