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는 ‘예능강국’이다. 많은 화제성과 높은 시청률을 동시에 가진 프로그램들이 꽤나 많다. 하지만 그 왕관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슬럼프’에 빠져가고 있는 MBC가 왕관을 지키려면,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
MBC 예능국은 지난해 제대로 ‘포텐’을 터뜨렸다. 지난해 설날 파일럿으로 선보였던 ‘복면가왕’과 ‘마이리틀텔레비전’을 성공적으로 론칭했고, ‘진짜 사나이’와 ‘라디오스타’ 등 장기 프로그램들도 꾸준한 인기를 얻었다. 그런 덕분에 지난해 MBC는 ‘예능강국’이란 새로운 타이틀을 얻었다.
올해도 그 기세는 비슷하다. ‘복면가왕’과 ‘마이리틀텔레비전’은 꾸준히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고 있고, ‘무한도전’은 여전히 절대적인 파워를 자랑하고 있으며, 지난해 주춤했던 ‘나 혼자 산다’나 ‘우리결혼했어요’는 올해 상반기에 새로운 가족들을 영입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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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금씩 MBC 예능국에도 슬럼프가 찾아오는 모양새다. 지난해 꾸준한 인기를 보였던 ‘진짜 사나이’와 같은 장기 프로그램들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집’만 했다 하면 ‘대박’을 터뜨렸던 ‘진짜 사나이’는 연이어 여군특집, 중년특집, 동반입대특집 등 다양한 특집을 내놓고 있지만 전만큼 큰 화제성을 얻고 있진 못한다. 시청률 또한 15%에 육박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한 자릿수 시청률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복면가왕’이나 ‘마이리틀텔레비전’과 같은 인기 프로그램이 아닌 비인기 프로그램들은 언제 폐지될지 모르는 위험에 처해있다. 실제로 지난해 추석 파일럿으로 좋은 반응을 얻어 정규 프로그램화됐던 ‘위대한 유산’은 자막 한 줄로 갑작스럽게 폐지를 알렸다. ‘능력자들’ 또한 목요일 오후 11시대로 갑자기 밀려나 한때 폐지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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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가 반복되는 프로그램을 정규화 시킨 것도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결정이었다. 올해 설특집으로 방영됐던 ‘듀엣가요제’는 MBC의 대표 예능으로 자리를 굳힌 ‘복면가왕’이 있음에도 정규화를 확정지었다. 게다가 ‘능력자들’을 목요일로 밀어내고 금요일 오후 시간대에 편성이 됐는데, 일요일에 ‘복면가왕’이 방송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굳이 기존 프로그램까지 자리 이동을 해가면서 편성을 했어야 했나 의문이 든다.
당연히 소재 반복에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전방송사에서는 음악예능이 가장 ‘핫한’ 아이템이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TV틀면 음악예능이 방영되는 것 같다’는 볼멘소리를 한다. ‘마이리틀텔레비전’과 같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승부수를 걸었던 MBC답지 않았다. 지상파치고는 신선했던 MBC 예능이 조금씩 뻔해지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가 드는 대목이다.
더불어 최근에 이어지는 MBC 예능국 PD들의 퇴사도 분명한 약점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김영희 PD의 퇴사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김유곤, 전성호, 유호철 PD까지 사표를 냈다. ‘복면가왕’ 민철기 PD마저도 MBC를 떠날 것이라고 알려졌다. 상반기에만 수많은 PD들이 MBC 퇴사를 결정해 과연 기존의 방송 프로그램들도 고유의 재미를 지킬 수 있을지 예측하기 힘든 상태. MBC 예능의 슬럼프가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어 불안감은 커지
그동안 예능의 왕좌를 지켰던 MBC. 아직까지는 ‘예능강국’이란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그 명성에도 조금씩 균열이 생길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전적인 포맷으로 ‘킬러콘텐츠’를 양산했던 것처럼 그 도전정신을 살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다양한 소재를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