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th BIFF]‘친절해진’ 장률 감독, ‘춘몽’의 여유와 유머에 주목하라(종합)

[부산=MBN스타 최준용 기자] 조용한 관조를 통해 날카로운 현실비판을 시도했던 장률 감독이 풍성한 유머와 여유로, 관객에게 좀 더 친절하게 다가선 영화를 통해 소통에 나섰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춘몽’의 장률 감독, 배우 한예리, 박정범, 양익준, 이주영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춘몽’은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여자 예리(한예리 분)와 그녀가 돌보는 전신마비인 아버지, 그녀 마음을 얻으려는 세 남자 익준(양익준 분), 종빈(윤종빈 분), 정범(박정범 분) 등 이들이 사는 세상을 담은 꿈같은 영화이다.

‘춘몽’ 속 익준은 ‘똥파리’의 주인공처럼, 종빈은 ‘용서받지 못한 자’의 이등병처럼, 정범은 ‘무산일기’의 탈북자처럼 djelss가 치명적 결함이 인물들로 표현된다. 이에 대해 양익준은 “그동안 ‘똥파리’로 인해 지겨워 몇 년 동안 그 캐릭터와 헤어지려고 노력했다. 장률 감독님이 이번 영화에서 그 정서를 너무 많이 가져왔다. 촬영하면서 하려고 했던 건 ‘똥파리’ 속 인물을 지우는 게 숙제였다. ‘똥파리’를 본 분들은 추억에 잠길 수도 있겠지만 나는 가급적 그 생각을 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소 작품 들어갈 때 영화에서 드러나기 전의 개인사를 10페이지 정도 써 본다.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똥파리’ 캐릭터를 부수는 게 큰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세 남자의 사랑을 받은 한예리는 이번 배역에 대해 “세 남자 뿐 아니라 장률 감독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촬영해서 정말 즐겁고 행복했다. 극 중 예리가 세 남자들의 어머니란 생각으로 연기했다. 그래서 공평하게 세 남자들을 보듬고, 안아주고 사랑해주며, 일일이 챙겨준다. 항상 뭔가를 잘 드러내지 않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는 예리가 엄마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촬영 내내 이들에게 엄마가 없어지면 어떡하나란 생각으로 슬픈 감정을 많이 가지게 됐다. 정말 좋은 경험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춘몽’은 ‘풍경’ 이후 ‘경주’와 ‘필름시대사랑’으로 이어지는 장률 영화 2기의 기념비 같은 영화이다. ‘망종’ ‘두만강’ 등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아픔을 그렸던 장률 감독은 2기에 접어들어 꿈, 영화 , 현실이라는 세 가지 층 위에서 영화를 전개한다.

장률 감독은 이번 작품에 대한 소감으로 “이전 영화는 대중과 거리가 멀었다고 생각한다. 그 거리가 멀다고 틀렸단 건 아니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적극적인 템포와 소통의 마음과 태도에 변화를 줬다. 진실한 감정을 왜곡하지 않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 것 같다. 친절해졌다고 볼 수 있다. 개막작이 선정해준 것 보니 많이 다가갔구나라고 느꼈다”고 대답했다.

‘춘몽’은 흑백화면, 절제된 음악, 일상적 리듬 등 특유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현실 외에도 꿈이라는 날개를 갖는다. 양익준, 윤종빈, 박정범 등 각자의 영화에서 연출 뿐만 아니라 배우로도 돋보였던 세 감독의 개성적 연기는 물론, 한예리의 매력이 진가를 발휘한다. 제작자 이준동, 배우 김의성, 신민아, 김태훈, 유연석, 조달환 등의 카메오 연기도 주목할만하다.

‘춘몽’은 10월13일 개봉 될 예정이다.

사진=옥영화 기자
최준용 기자 cjy@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