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제야 눈을 떴구나, 그런데 어째서 눈도 마주치지 않는 거니? 최선을 다해 달려온 거란 말이야. 마음이 몸을 앞질러서 온 거란 말이야. -중략- 너의 전,전,전생에서부터 나는 너를 찾기 시작했어. 네가 완전히 사라지고 산산이 흩어져도 이제는 헤매지 않아, 내가 널 찾아낼거야. 몇 광년이라도 계속, 이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너의 이름은,’ OST ‘전전전세’ 중”
화려함과 즐거움 뒤엔 애절함이 묻어난다. 로맨스, 그 이상의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다루는 데 있어 처음 접하는 감정이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언젠간 분명히 만날, 관객들은 언젠가 도달하게 될지도 모를 미래를 느끼게 될 것이다.
일본에서 무려 1,5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전 세계 영화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너의 이름은,’이 20일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언론시사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 |
작품은 완벽하게 떨어진 장소, 당연히 서로를 알지도 못하고, 그래서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인데 어쩌면 이들이 언제가는 만날지도 모른다는 ‘인연’이라는 발상에서 시작된다. 천 년 만에 혜성이 다가오는 날을 한 달 앞둔 일본이 배경이다.
여고생 미츠하는 초등학생 여동생과 할머니와 셋이서 살고 있다. 이장인 아버지는 엄마가 죽은 뒤 집을 떠나 선거 운동에만 정신이 팔려 있고, 할머니는 집안 대대로 지켜오는 신사 풍습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한다. 미츠하는 하루 빨리 이 작고 좁은 마을을 떠나, 도시에서 살고 싶다.
![]() |
이들은 반복 되는 기이한 현상 속에서 점차 이는 꿈이 아닌 건너 뛰어 있는 기억과 시간임을 깨닫는다. 당황스럽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두 사람은 몸이 바뀔 때마다 서로에게 메모를 남기며 어느 새 허물없는 사이로 거리를 좁혀간다. 서로에 대한 특별함을 깨달을 때쯤 이 현상은 돌연 사라진다.
결국 타키는 미츠하를 만나러 시골 마을로 떠나지만 충격적인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결코 만날 수 없던 두 사람을 만나게 하기 위해, 운명의 수레바퀴는 거침없이 돌아간다.
감독은 다른 세계에 사는 두 사람의 다름과 이어짐을 통해 생겨난 ‘거리’의 드라마를 압도적인 영상미와 스케일로 그려낸다. 정밀한 풍경묘사와 아름다운 색채, 섬세한 언어와 시와 같은 대사, 그리고 음악은 한 폭의 완벽한 그림으로 완성된다.
또한 과학의 진보,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 과거에 대한 그리움 등 다양한 이유로 쉽게 닫히는 현대인의 경직된 마음을 다각도로 어루만진다.
슈퍼히어로‧액션‧느와르 등 순간의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국‧내외 블록버스터와는 다른, 긴 여운과 뭉클한 메시지를 가슴 깊이 남긴다. ‘운명’ ‘인연’ ‘사랑’ 에 대한 가장 아름답고 솔직한 서사시와도 같다.
“아직 만난 적 없는 너를, 찾고 있어” “이제부터 내가 찾으러 갈게. 확신한 게 한 가지 있어. 우리는 만나면 분명히, 바로 알아볼 거야” “우리 꿈에서 깨어나도 서로를 기억하도록, 이름을 적어두자” 등의 대사들은 관객의 마음을 뒤흔든다.
![]() |
다만 흥미로운 도입부와 뭉클하고 아름다운 결말에 비해 두 주인공이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중반부는 다소 늘어지는 느낌이 있다. 이는 어쩔 수 없이 실제 인물이 아닌,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적인 한계가 주는 아쉬움이다.
한편, ‘너의 이름은.’은 일본 현지에서 1500만 관객을 넘기며 최근까지 208억엔(약 2110억원·RENTRAK 집
게다가 아시아 5개국 흥행 1위,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 불리는 LA 비평가 협회상을 수상,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7%를 기록하는 등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까지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다.
국내에서는 내년 1월 4일 관객들을 만난다. 러닝타임 106분.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