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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배우 이동욱은 tvN 금토드라마 '도깨비'에서 생사(生死)를 넘나들고 있다. 저승사자로 등장해 고려의 왕여로 김신(공유 분) 김선(유인나)를 죽음으로 내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전생이 밝혀지면서 작품의 중심에 섰다. 슬픔을 품고 망자의 손을 이끄는 그의 눈빛은 '도깨비'에 더욱 짙은 호소력을 불어넣었다.
종영까지 단 3회를 남겨둔 '도깨비'는 후반부로 갈수록 장막 뒤에 가려졌던 등장인물의 관계를 풀어가고 있다. 초반에는 고려의 무신이자 939세 도깨비 역을 맡은 공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티 없이 밝은 성격을 가진 도깨비 신부 지은탁의 김고은이 캐릭터에 비벼진 매력으로 작품을 이끌었다. 저승사자 이동욱과 써니 유인나는 감초 같은 역할을 하며 복선을 깔아놨다.
저승사자가 전생을 기억하는 동시에 '도깨비'는 다시 추진력을 얻었다. 이동욱 유인나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제2막을 올렸다.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가 만들어놓은 '도깨비'에 왕여 김선의 이야기가 더해져 깊이가 생겼다. 중반부까지 닦아놨던 길을 그대로 따라가 결말을 짓는 것에서 벗어나 시청자가 결말까지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이동욱은 극의 전개에 따라 캐릭터를 장면들에 버무리고 있다. 남자 주인공이 아닌 주·조연의 자리에서 김은숙 작가의 의도대로 공유와 호흡을 맞췄고, 유인나와는 아련한 사랑을 만들었다. 저승사자에게 상징적인 페도라 모자를 쓰고 한없이 사연 담긴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봤다.
왕여의 전생이 담긴 13회에서는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사극 연기도 전했다. 박중헌(김병철)의 계략으로 궁궐에 외롭게 갇힌 지난 날들을 후회하는 이동욱의 연기는 현생의 등장인물에 사연을 부여했다. 민간신앙에서 따온 도깨비라는 주제를 사극과 잘 얽어맬 수 있었던 것도 그의 흔들리는 눈빛 때문이었다.
이동욱은 지난 1999년 데뷔한 뒤 드라마 '마이걸' '호텔킹' '풍선껌' 등 로맨틱 드라마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흰 피부에 짙은 쌍꺼풀은 장르에 특화된 듯했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그에게 강점이었으나 한계점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어떤 작품들보다 '도깨비'에서 연기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을 증명했다. 작가와 연출가 손에서 떠난 캐릭터를 받아 자신만의 인물로 빚어냈다. 모은 돈으로 집을 구하고 매일 아침을 먹어야 하는, 삶에 지친 저승사자의 검은 옷과 사랑하는 연인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슬픔에 찌든 왕의 용포는 그
저승사자와 왕여로서 "나를 죽여달라"고 하는 이동욱이 내뱉는 대사에 걸친 눈빛은 사연을 담아 시청자에게 전달됐다.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여러 겹의 쌍커풀에서 흐르는 눈물, 피로감은 이동욱이 저승자사와 왕여의 그림자에 음영을 넣는 매서운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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