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재심', 속물에서 열혈 변호사로 변하는 준영 役
촬영하다 부상, 이마와 손 60바늘 꿰매
"실화인지 몰랐던 약촌 오거리 사건, 굉장히 충격적"
"아내와 대화 많이 해요."
"억울하거나 안타깝지 않은 일을 겪지 않는 사회가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저는 희망적으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그 상처를 안아줄 수 있는 것도 사람이지 않을까요?"
배우 정우(36)는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을 출연 결정 때까지 몰랐다. 일명 '약촌 오거리 사건'에 대해 알지 못했던 그는 시나리오가 흥미로워 읽다가 출연을 하고 싶어 주변에 물어보니 실화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굉장히 충격적이었고, 믿기지 않았다"며 "내가 그 주인공 캐릭터를 맡진 않았지만 그런 일을 당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했는데 정말 두렵고 무서웠다"고 회상했다.
'재심'은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뒤바뀐 사건을 소재로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 준영(정우)과 억울한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현우(강하늘)가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다. 2000년 8월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발생한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다룬 이 영화의 이야기는 '그것이 알고 싶다' 등 몇몇 방송 프로그램에서 다루기도 했다.
"선입견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일부러 보지 않았다"는 정우는 자신이 맡은 변호사를 일반적인 인물과 다르게 표현하려 노력했다. "변호사는 딱딱하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인간적이고 빈틈 있어 보이는 모습에 연민의 정이 느껴졌거든요. 속물 근성이 있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런 사람이 점점 정의롭게 나아가는 모습의 캐릭터가 주는 감동이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신도시 아파트 집단대출 사기 사건을 해결해 스포트라이트 받고 스카우트 되려 했으나 보기 좋게 패소 당한 준영은 친구 창환(이동휘)의 로펌에 빌붙으려 했다가 지방 무료법률 서비스 담당이 되고 현우의 사건을 맡게 된다. 정의보다 돈과 이익을 더 중요시하던 속물 변호사는 열혈 변호사가 돼 현우를 돕는 데 힘을 쏟는다.
"준영이 처음 등장할 때는 유쾌한데 나중에는 진중한 느낌까지 드는 인물이지 않나요? 이 인물을 연기할 때 일직선이 아니라 곡선을 그리듯 넘어가고 싶었어요. 변곡점이 정확히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관객이 처음과 마지막 신을 봤을 때 '다른 사람 같지만 낯설지 않네'라고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바랐죠. 어색하지 않도록 보이는 게 제 큰 목표였어요.(웃음)"
정우는 '재심'을 촬영하며 손과 이마를 60바늘 정도 꿰매는 부상을 당했다. "액션 영화를 찍을 때도 부상을 당하지 않았는데…"라고 한 정우는 "속상했다. 촬영이 지연됐고, 아내도 많이 놀라고 가족들도 걱정하니 여러 가지로 많이 안타까웠다"면서도 "'재심'이 잘 되려고 이런 건가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웃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스타덤에 오르며 바삐 활동하고 있는 정우. 그는 "한 작품이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내게는 한 작품 작품 할 때마다 조금씩 변화하는 느낌이 든다. 여러 가지 작품을 하며 몰랐던 것을 알아가고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면이 있다"고 짚었다.
지난해 1월 배우 김유미와 결혼해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는 정우는 일을 빼고 가장 큰 관심사는 "사랑"이라고 했다. 그는 "아내와는 작품 선택과 관련해 어떤 논의를 한다기보다 배우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조언해주는 관계"라며 "여느 부부 못지않게 대화를 많이 한다"고 웃었다.
혹시, '재심' 시나리오를 택한 게 정우에게 뭔가 억울한 일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그런 일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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