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7’ 김태리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
“인터뷰는 아직 어렵다”고 해맑게 웃다가도 영화 얘기만 나오면 진중한 태도로 성심성의껏 답변을 내놓았다. 그에게 영화를 향한 진정성과 진지함이 묻어났다.
“‘1987’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내용 자체에도 감동 받았지만, 감독님한테 많은 감동을 받았다. 최선을 다해서 진심으로 이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얼마나 크고, 잘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엿볼 수 있어서 감동적이었다.”
‘1987’은 1987년 1월,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 냈던 사람들의 가슴 뛰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김태리는 극중 87학번 대학 신입생 연희를 연기했다. 연희는 ‘1987’에서 유일한 허구의 인물로,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김태리를 통해 탄생된 캐릭터다.
“시나리오가 초중반에 가지고 있는 속도감이 워낙 파워풀해서 후반에 연희가 등장했을 때, 아무래도 허구의 인물이다 보니 그 인물을 소개해야 하는 부분이 필요한데 그 부분을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극중 연희는 갓 대학을 입학한 평범한 학생이다. 구멍가게 ‘연희네 슈퍼’에서 엄마와 외삼촌(유해진 분)과 함께 산다. 교도관인 외삼촌의 부탁으로 옥중서신을 대신 전할 정도로 당차지만, 자꾸 위험한 일을 하는 삼촌이 걱정되고 마땅찮다. 우연히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휘말려 난생 처음 독한 최루탄에 휩싸인다. 데모를 이어 가는 주위 사람들이 무모해 보이지만, 그들이 옳다는 것을 알기에 갈등을 겪는다.
↑ ‘1987’ 김태리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
“연희의 마음에 대해서는 공감이 많이 갔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고집과 신념대로 최대한 피했고 최대한 노력했는데, 어쩔 수 없이 시대에 휘말린 사람으로서 나서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사실 시나리오에는 감정씬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하면서 ‘이건 울음이 날 수 밖에 없겠다’라는 얘기를 여러 번 했고, 그래서 많아졌다. 그만큼 상황이 연희한테 강하게 몰아쳤던 것 같다. 그래서 영화적으로도 연희가 잘 녹아든 것 같다. 그 안에서 조금이나마 더 휩쓸리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인물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인물로 보이고자 했다.”
연희는 당시의 보편적인 시민을 대변한다. 권력이 부당한 것도 잘 알고, 그에 맞서는 이들의 선택이 옳다는 것 또한 알지만 상식처럼 돼 버린 침묵에 동조하고자 한다. 그러나 끝까지 외면하고 싶었지만 더는 뒷짐만 지고 있을 수 없다고 느껴 자신의 위치에서 목소리를 높인다.
영화 속 연희의 갈등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진 만큼, 김태리 또한 자신과의 싸움을 벌여야 했다. 그는 연희의 감정을 느껴지는 그대로 담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큰 과제를 풀어나가야 했다고 털어놨다.
“촬영하기 전에 감정씬에 어려움을 감독님에 토로했었다. 사실 감정연기는 저에게 가장 큰 과제인 것 같다. 가장 어렵다. 감독님한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근데 오히려 좋은 것 같다’고 하셨다. ‘그렇게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