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면 속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습니다. 주인공, 그를 받쳐주는 다른 인물, 의미를 담고 있는 물건, 분위기를 설명해주는 빛과 그림자 까지 있죠. ‘안윤지의 PICK터뷰’에서 한 씬(scene)을 가장 빛나게 만든 주인공의 모든 걸 들려 드릴게요. <편집자주>
[MBN스타 안윤지 기자] 늘 짧은 머리였던 사람이 긴 머리가 됐다. 항상 착하게만 보이던 사람이 악한 모습도 보인다. 반전의 매력을 보여준 배우 함은정을 만났다.
◇ 함은정의 신윤아
지난 2일 종영한 KBS2 ‘러블리 호러블리’는 운명을 공유하는 한 남녀가 톱스타와 드라마 작가로 만나면서 일어나는 기이한 일들을 그린 호러 로맨틱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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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은정이 최근 MBN스타와 함께 KBS2 ‘러블리 호러블리’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온누리미디어 |
함은정은 극 중 신윤아 역으로, 대한민국 연예계 대체 불가한 탑 여배우다.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하던 중 8년 전 유필립(박시후 분)의 도움으로 연기로 전향, 사극에서 단아한 이미지로 인기몰이를 하며 일약 중화권의 스타로 떠올랐다. 그 흔한 섹시화보 하나 없이 국보급 여신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필립을 향한 사랑과 집착으로 검게 물들인 이면이 존재한다.
“신윤아는 개연성이 있는 악역이다. 일차원적으로 악행만 하고 이해가 불가능한 캐릭터가 아니다. 그의 악행 속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자신의 사랑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외향적으로 ‘나 악역이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의 말대로 함은정의 신윤아는 다른 악역과는 달랐다. 자신의 위치를 아는 사람이었고, 걸맞게 품위를 지키는 면을 보이기도 했다.
“처음부터 악역같이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우아함과 단아함이 있는 역할이다. 큰 악행을 할 때는 심플하고 여성스럽게 했다. 옷 같은 경우에도 무채색이나 가죽 소재는 다 피했고 머리도 길러봤다.”
극중 신윤아는 유필립을 쟁취하기 위해 상대 여성들을 때리기도 하고, 구렁텅이에 빠트리기도 했다. 결국 그는 감옥에 가는 결말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가 한 일들보다는 다소 약한 벌을 받은게 아닌가란 생각도 든다. 함은정은 어떻게 생각할까.
“나 역시 벌을 더 받을 줄 알았다. 1년이란 게 현실적이지만, 그냥 드라마의 애청자로 ‘좀 더 받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씁쓸함이 남아있다. 이게 현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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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은정 송지효 사진=KBS2 ‘러블리 호러블리’ 방송캡처 |
◇ PICK-SCENE ‘러블리 호러블리’
함은정은 ‘러블리 호러블리’를 통해 극한의 행동까지 했다. 소리 지르는 것은 기본, 물건을 던지고 화를 내고 심지어 사람까지 죽이려 했다. 그는 티아라 출신, 연기돌이 아닌 ‘러블리 호러블리’의 신윤아 그 자체였다.
특히 그가 빛을 발했던 부분은 오을순(송지효 분)과 마주한 상태에서 집을 불 지르려고 한 장면이다. 신윤아는 온 가구에 기름을 발라놓고 라이터를 든 채 오을순을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오을순과 신윤아는 마주봤다. 오을순은 신윤아를 말리려고 하지만, 신윤아는 끝까지 발악하며 라이터를 던졌다.
“이 장면에서 억울해하는 신윤아의 감정이 있다. 악한 행동을 하는 장면을 제3의 시선에서 봤을 때는 웃기다. 신윤아가 되게 억울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윤아는 억울하지만은 않다. 증오의 감정이 담겨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씬은 증오보다 해탈, 억울함, 슬픔이 주 베이스다.”
또한 함은정은 대본을 불태우는 씬에서 느꼈던 감정에 대해 덧붙였다. 그는 “내가 대본을 불태우는 씬에서 살인했던 여자가 보인다. 사실 실제로 보이지도 않았는데 너무 무서웠다. 쫓기는 기분이 있었고 계산되지 않은 행동이 나왔다”며 연기에 대해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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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은정이 최근 MBN스타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온누리미디어 |
◇ 함은정의 인생 PICK
함은정의 인생은 다이내믹했다. 아역배우로 처음 시작해 20대 시절은 그룹 티아라로 보냈으며 30대는 배우의 길을 밟아가고 있다. 그간의 행보를 봤을 때 자신이 가장 행복했다고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당연히 티아라다. 1위 했을 때랑 일본, 중국, 태국, 베트남에서 콘서트 했을 때, 해외에서 상받을 때. 전부 기억난다. ‘보핍 보핍’이 음악 방송 1위, ‘TTL’이 음원 1위였다. ‘보핍 보핍’이 안되면 그룹이 해체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1위였다. 새해 첫날 1위 했다. 그래서 그 해는 모든 게 다 좋았다.”
벌써 30대에 접어든 함은정. 앞으로 “꾸준히 작품 하는 배우”가 되겠다는 굳은 다짐을
“꾸준히 좋은 작품 하는 것. ‘꾸준히’라는 말이 좋다. ‘다작을 하겠다’는 말은 대중분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교과서 같은 말이지만 최고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한 해를 시간을 같이 보낸 것이다. 그래서 약간 친근하게 생각은 든다. ‘러블리 호러블리’로 대중분들과 함께 여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안윤지 기자 gnpsk13@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