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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범수는 아빠로서 부성애를 그린 영화 `출국`에 끌렸다고 말했다. 제공|D.seeD 디씨드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배우 이범수(48)에게 ‘출국’은 또 다른 도전과 기회였다. 악역 아닌 부성애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였고, 자신의 무명시절을 떠올리게 만든 신인 감독을 위한 도전이기도 했다.
이범수는 영화 ‘출국’(감독 노규엽)에서 경제학자 오영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출국’은 1986년 분단의 도시 베를린, 서로 다른 목표를 좇는 이들 속 가족을 되찾기 위한 한 남자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이범수는 ‘부성애’를 담고 있는 이 영화에 끌렸다. 자신도 아빠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마음에 움직임, 큰 감정을 느꼈다. 오영민이라는 인물이 두 아이의 아빠이듯 저도 두 아이의 아빠지 않나”며 “가족을 어떻게든 지키고 되찾고 뭔가 해보자고 한 사람이라 아빠로서 위로해주고 싶었고 그런 면에서 마음이 먹먹했다”고 말했다.
이범수는 다른 시나리오도 읽었지만 유독 ‘출국’에서 손이 떨어지지 않았단다. 그는 “1980년대 아버지들 대부분은 가부장적이었다. 아버지가 되고 보니 그 시대 아버지들이 가장으로서 느끼는 책임감을 저도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 ‘신의 한 수’(356만 명), ‘인천상륙작전’(705만 명)의 흥행에 이어 다음 스텝으로 생각했을 때 신인 감독의 작품을 선택하는 것은 큰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이범수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이범수는 “흥행 공식에 입각한 작품을 골라야 하는 게 당연할 수도 있다. 신인 감독의 작품이 부담이라면 부담일 수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과 미팅을 하면서 진정성과 신뢰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감독님이 진짜 꼼꼼하게 준비했다는 게 느껴졌죠. 저에게도 무명시절이 있었고 누군가는 무슨 배우가 되겠냐고 했어요. 하지만 기회는 주어져야 해요. 물론 실험이기도 해요. 신인이라 못 미더울 수 있지만 시도해야죠. 저의 무명 시절이 생각났고 힘이 될 수 있다면 한팀이 되어 참여하고 싶었어요. 촬영 현장이라는 게 돌발변수의 연속인데, 그런 상황에서도 감독님은 해야 할 일을 했고 잘 대처하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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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범수가 신예 노규엽 감독과 연우진을 칭찬했다. 제공|D.seeD 디씨드 |
이범수는 ‘출국’을 시사회에서 보고 난 후 안도했다고 고백했다. “영화가 부끄럽지 않았다”는 이범수는 기자간담회를 위해 이동하면서 노규엽 감독의 손을 꼭 잡아줬다. 그리고 “고생했다”는 말을 건넸다. 이범수는 “노규엽 감독이 무척 좋아하더라. 제일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었겠나”라고 말했다.
또한 이범수는 노규엽 감독에 대해 “좋은 감독”이라며 “그 감독이 어떠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 또 하고 싶은 감독이라면 좋은 것”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물론 배우 이범수에게도 또 다른 기회였다. 악역이 연달아 들어오던 상황에서 ‘출국’은 이범수에게 오랜만에 풍부한 감성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 이범수는 “배우로서도 시도해볼 만한 작품이었고, 남에게 주기 아까웠다. 실험과 시도를 꼭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1980년대의 시대상을 다루고 있는 ‘출국’을 위해 외적으로도 준비를 많이 했다. 머리도 장발로 길렀고, 독일어 대사도 열심히 외웠다. 어떻게 하면 오영민을 연기할지 고민했다. 부상을 입기도 했다. 가슴에 커다란 멍이 들었던 것.
“(연)우진이가 힘들었을 거예요. 익숙하지 않은 수동 운전을 하다보니 고생이 많았죠. 저랑 재회하는 장면에서 차에서 내려 멱살을 잡는데 여러 번 촬영을 진행했거든요. 풀샷으로도 찍고 다른 각도에서도 찍고 하니까 몇십번을 반복해서 찍었죠. 횟수가 넘어가니까 가슴에 멍이 들더라고요. 촬영이 끝나고 어디서 구했는지 연고를 구해와서 주더라고요. 제가 멍든 걸 봤나 봐요. 한국도 아니고 구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무척 고마웠어요.”
다행히 가슴의 멍 외에 큰 부상은 없었다. 그는 “엄청난 활약을 하는 아빠가 아니다. 그런 아빠일수록 의도랑 맞지 않으니까. 영웅을 그린 아빠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범수는 “노규엽 감독은 가족을 찾고자 몸부림치는 인간에 대해 보여주고 싶어 했다. 상업적인 코드를 넣을 수 있지만 집어넣지 않았고 우직하게 인간 하나에 포커싱해서 밀고 나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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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범수가 `출국`의 화이트 리스트 논란에 대해 "소신껏 참여했다"며 에둘러 부인했다. 제공|D.seeD 디씨드 |
‘출국’은 개봉 전, 제작비 중 상당 부분이 박근혜 정부 당시 지원금으로 충당됐다는 ‘화이트리스트(정부가 의도를 가지고 특별히 지원한 문화인이나 문화 콘텐츠)’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대해 이범수는 “배우로서 성장해야되고 소신껏 판단해서 참여했다. 후반 작업할 때 그런 이야기를 접했다. 제작사 측에서 정정 기사도 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출국’을 두 번이나 정독했는데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죠. 내가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큰가 보다 싶었어요. 이걸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고 어렸을 때는 미처 보지 못 했을 것을 가정을 갖고 두 아이의 아빠다 보니 느끼게 된 것이 있어요. 아빠로서 멋지게 활약하고 세상을 구한 것도 아니지만 해보고 싶었어요. 함께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냥 배우가 아닌, 소을이와 다을이의 아빠이기도 했기에 ‘출국’에 함께했다는 이범수. 그는 아이의 운동회에도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아빠다. 그는 “저희 아이 운동회 때 참여했는데, 아빠들이 아이를 업고 뛰었다. 의욕은 엄청난데 의지와 다르게 다리가 풀리고 넘어지는 분들도 나온다. 그런 모습에 박수를 보내게 되는 건
이범수는 “잘나고 못나고를 떠나서 아이의 기를 죽이고 싶지 않아서, 잘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최선을 다하는 아버지의 모습들을 ‘출국’ 시나리오에서 봤다. 그런 아빠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싶었다”고 미소지었다.
skyb184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