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레이스 리는 아이돌 육성과 한국 영화,드라마 리메이크도 준비하고 있다. 사진|강영국 기자 |
(인터뷰①에 이어) 그레이스 리는 필리핀에 살면서 더 뜨겁게 한국을 사랑하게 됐다. ‘외국 나가 살면 다 애국자가 된다’지만, 한류 콘텐츠는 그에게도 요즘 최대 관심사다. 아예 글로벌 프로덕션을 차려 아이돌그룹 제작과 드라마 영화 제작에도 나섰다.
그렇다고 오랫동안 사랑해온 앵커 일을 놓는 것은 아니다. 거대 방송사와 손잡고 자체 프로그램을 제작, 시사 프로그램 앵커로 시청자와 만날 계획이다. 이번 한국 방문 이유 역시 여기에 있었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 몇 편을 필리핀에서 리메이크할 예정이에요. 여배우는 필리핀 톱배우가 캐스팅 됐는데 남자 주인공 섭외가 아직 안됐어요. 한국 배우 몇 분을 트라이 하고 있는데 스케줄 맞추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이번에 영화 타이틀을 20~30개 정도 구매해 갈 생각이에요. 우리 회사에서 라이선스를 좀 더 많이 보유하고 싶어하거든요. 겸사겸사 한국 시장 트렌드나 여러 미팅이 예정되어 있고요. 특히 캐스팅 된 필리핀 톱여배우는 한국 드라마 영화 K팝 광팬이에요. 자기는 ‘꼭 한번 한국 사람이랑 무비를 하고 싶다’고 해 시작된 프로젝트에요.”
그레이스 리는 “요즘 필리핀에서 벅찬 나날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필리핀 현지에서 한류와 K팝의 인기는 폭발 직전이다. 한국 작품이 선을 보였다 하면 흥행 대박으로 이어진다.
“지금 필리핀은 한류 열풍이 어마어마 하게 뜨거워요. 방탄소년단이야 말할 것도 없고 K팝의 인기는 대단하고요. 한국 배우들 프로모션도 줄을 잇고 있잖아요. ‘부산행’ ‘도깨비’가 대히트를 해서 배우 중엔 공유 씨가 가장 핫하고 송중기, 정해인 씨 인기도 굉장해요.”
↑ 그레이스 리는 “한국인으로 자부심이 크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매일 느끼며 살고 있다” 며 뿌듯해 했다. 사진|강영국 기자 |
“집이나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필리핀 사람이 100명이 넘어요. 그 분들이 절 보고 ‘사장님, 미안해’가 무슨 뜻이에요?’한국말로 물어봐요. 배우고 싶은 거예요. 그런 마음들은 방송을 통해 심어지는 거거든요. 매일 대단하고 자랑스럽고, 그래서 제가 하는 일에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필리핀은 한류열풍이 최대치예요. 거의 매일 실감하면서 살아요.”
그레이스 리 역시 방탄소년단에 매료됐다. 그들의 “필리핀 공연 유튜브 영상을 보고 몇 시간을 펑펑 울었다”며 긴 얘기를 이어갔다.
“저는 그 친구들 만나면 안아주고 싶어요. ‘누나가 밥 사줄게’ 하면서요. 하루는 일 마치고 밤 12시쯤 필리핀에서 콘서트 한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 봤는데, 3만명 객석의 90%가 필리핀인들이더라고요. 근데 객석에서 노래를 거의 따라하는 거예요. 그걸 보고 펑펑 울었어요. 그 친구들이 한국말로 노래하는 걸 보면서 계속 눈물이 나더군요. ‘난 그동안 한국인으로 필리핀에 있으면서 영향을 못 미쳤구나’ 뉘우치는 부분도 있었고 뿌듯하기도 하고 필리핀 사람들이 한국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에 감동받고… 암튼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해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었습니다. 아무리 외국에서 자신감 있게 살았다 해도 상처가 없을 순 없거든요. 아무리 그들이 잘해줘도 필리핀 친구가 많아도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떨쳐낼 수 없거든요. 과거엔 ‘미국 가면 미국 스타일로’ 그게 트렌드였는데 이젠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인 시대가 된 거잖아요. 그게 정말 대단하고 자랑스러워요.”
↑ 그레이스 리는 “자기 일에 열정을 갖고 집중하는 사람을 보면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사진|강영국 기자 |
“제가 하는 모든 일은 돈을 많이 벌자고 시작한 게 아니에요. 욕심도 많고 열정도 많고 제가 워낙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이어서 시작하긴 했지만 일을 하다 보니 ‘나를 위한 비즈니스가 맞구나’ 점점 확신하게 돼요. 여러 가지 사업이나 일을 하면서 한국 사람으로 산다는 것에 자부심과 행복을 느껴요. 그리고 그 뒤에는 매일 열심히 일하고 뛰시는 한국 분들이 든든하게 계셔서 큰 축복 같아요. 존경스럽단 생각도 들고요.”
이민 1세대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근면성은 타고났다는 그는, 향후 10년, 20년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언제 쉴까 싶은데 “틈틈이 잘 놀고 스트레스를 잘 푼다”며 “좋은 남자 만나 결혼도 꼭 할 것”이라고 했다. “결혼하면 애는 4명 정도 낳을 생각이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상형을 묻자 “자기 일에 열정적이고 집중하는 남자가 매력적”이라는 명쾌한 답이 돌아온다.
“저희 엄마가 저 보고 ‘헛똑똑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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