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사진=‘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포스터 |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가 개막작으로 선장한 이탈리아 출신 감독 클라우디오 조반네시 감독의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초청되어 각본상을 수상했다.
극 중 니콜라를 비롯한 열 명의 10대 소년들은 마약 밀매 사업을 돕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세력을 키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사업을 돕는 데서 그치는가 싶지만, 돈을 벌어 총을 사들이는 등 어른들이 속한 조직을 잠식하기 시작하기에 이른다.
마침내 니콜라는 마을의 실세로 등극하고 어렵게 일하는 어머니를 위해 가계에 도움을 주고, 타 구역에 사는 한 소녀와 첫 사랑에 빠진다. 니콜라 일행은 자신들 나름대로 선행을 행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기존 관행으로 굳어진 세금 수금을 멈추고, 지역민의 마음을 얻으며 영역을 확장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다른 구역과 갈등이 빚어지고 위태롭기만 하던 아이들 간에도 심한 다툼이 일어난다. 이것도 모자라 니콜라 동생을 비롯한 어린 아이들은 아무도 모르게 거리로 나선다.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는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영화적 허구가 더해지긴 했지만 실제로 나폴리에서 일어난 일을 모티브 삼았다. 이 영화는 범죄물의 형식을 입었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결국 어린 아이들의 성장담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갱을 흠모한 소년들의 행동은 서툴고, 때때로 귀엽기까지 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이들의 순수성은 완전히 더럽혀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 내면에 자리한 욕망과 폭력성이 겉으로 드러나며 영화는 이전과 다른 국면을 맞는다.
↑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사진=전주국제영화제 |
인상적인 건 아이들 중 그 누구도 악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감독은 철저히 10대의 시선으로 이들의 행동을 그렸고, 다행히도 설득력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그 누구도 완전히 선하거나 악하지 않다는 걸 역설하듯 니콜라는 모순적이다. 어른들 또는 사회의 보호를 받아 마땅한 이 아이가 스스로 성장하며 느끼는 혼란과 모순적인 감정을 관객은 대체로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니콜라를 비롯한 나폴리 아이들이 놓인 안타까운 상황은 이 아이러니를 증폭시키며 먹먹함을 안긴다.
영화에는 어른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어른스럽지는 않다. 그 누구 하나 아이들에게 마음을 쏟지 않으며, 이들의 그릇된 행동을 방관하기만 한다. 어른들의 무기력함은 곧 아이들에게 전이되며 이는 폭력적인 외형을 띤다. 이 폭력은 니콜라의 동생에게 고스란히 대물림되기에 더욱 안타깝다.
국가와 사회,
한편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11일까지 전주 영화의 거리 일대에서 열리며, 폐막작은 이스라엘 출신 감독 기 나티브의 ‘스킨’이다.
전주=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