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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부터 ‘엑시트’ 그리고 ‘사자’까지. 여름대전의 전반부를 책임질 ‘빅3’가 모두 베일을 벗었다. 좀처럼 무너질 기미가 없는 디즈니의 벽을 허물 구원투수는 과연 탄생할까.
예견된 흥행 돌풍의 주역 ‘라이온킹’부터 경이로운 뒷심을 발휘 중인 ‘알라딘’, 마블의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과 ‘토이스토리4’까지, 박스오피스 장악은 물론 역대급 흥행 수익을 거두며 디즈니 세상을 활짝 열렸다. 이 가운데 100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들인 국내 대작들이 잇달아 개봉, 극장가의 판도를 바꾸기 위해 비장하게 나선다.
그 첫 주자는 오늘(24일) 개봉하는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 송강호 박해일 그리고 고(故) 전미선이 출연하는 영화는 세종과 집현전 학사들이 함께 한글을 만들었다는 정설 대신 신미스님이 한글 창제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가설을 토대로 한글 창제 과정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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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다룬 적 없는 인간 세종의 고뇌, 나약한 내면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는 것만으로도 영화가 가진 의미는 깊다. 소리 글자인 한글의 탄생을 쉽고 흥미 있게 풀어내는 한편 신미와 세종, 그리고 소헌왕후로 이어지는 인물 간 감정선의 파동과 울림 있는 대사 역시 영화의 강력한 미덕. 예상치 못한 곳에서 툭툭 터져 나오는 소소한 유머와 해인사 장경판전부터 부석사 무량수전, 안동 봉정사까지 위대한 역사가 깃들어 있는 문화유산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생충’으로 세계를 홀린 송강호는 이번에도 대왕 세종의 이면을 입체적으로 표현, 박해일 고 전미선의 묵직한 하모니가 몰입도를 한껏 끌어 올린다. 다만 굵직한 알맹이로 승부하려는 감독의 진심이 짙게 묻어나는 한편, 영화적 쾌감은 상대적으로 적다. 성찰과 여운으로 가슴을 적시지만 기존 역사물의 매력에 익숙한 관객들이라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수도 있다. 총 제작비는 130억 원, 손익분기점은 350만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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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의 대향연이 펼쳐지는 안성기·박서준 주연의 오컬트 히어로물 ‘사자’(김주환 감독)는 귀신을 쫓는 엑소시즘을 다룬 영화로 기존의 그 어떤 퇴마물보다 한껏 화려한 볼거리로 승부수를 던졌다.
격투기 챔피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액션과 히어로물 성격을 강화하는 한편, 퇴마물의 정통미는 축소하고 공포 지수도 한껏 낮췄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신앙심마저 잃은 용후(박서준)는 어느 날 특별한 힘을 가지게 되고, 바티칸에서 온 안신부(안성기)를 만나 그 숨은 진실을 알게 된다. 악령과 싸우며 점차 영웅으로 거듭나는 단순한 스토리에 엑소시즘과 공포, 드라마, 액션 등이 뒤섞었다.
소재는 물론 선과 악을 구현해내는 방식이나 다소 산만한 전개, 각종 기술을 접목시켜 탄생한 현란한 미장센에도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릴 전망이다. 공포 지수가 너무 낮아 공포 마니아에겐 특히나 실망감을 안길 수도 있다. 오히려 만화적 색채가 강해 히어로 물을 좋아하는 1020 젊은 층에게 보다 적합한 장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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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유머와 일상적 캐릭터의 향연으로 친숙하고도 신선한 매력을 가득 품고 있지만, 이로 인해 재난물 특유의 긴장감은 떨어진다. 산악동아리 출신 동아리 남녀 선후배가 유독가스가 퍼져 아수라장이 된 도심을 탈출하는 과정을 그리는데 매력적인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는 물량 공세에도 불구하고 다소 뒷심이 부족하다.
사람들이 쓰러지고 죽어가는 상황에서 두 주인공의 끝없는 웃픈 상황의 연속과 이들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다소 뜬금없는 에피소드들은 일상성을 넘어 몰입도를 깬다. 위기의 연속이지만 결말로 갈수록 스릴감은 힘에 부친다.
그럼에도 작품에 대한 호불호와 별개로 조정석과 임윤아의 현실 연기와 케미는 기대 이상이다. 특히 ‘공조’로 코믹 잠재력을 살짝 공개했던 윤아는 ‘엑시트’로 배우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금 기대케 한다. 재난물의 클리셰를 비튼 각종 소소한 지점들이 양날의 칼이 되기도 한다
서로 다른 장르의 극과극 성격을 띤 국내 대작들의 격돌에 극장가는 한층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자된 만큼 최소 350만 이상의 관객이 들어야 본전 치기인 살벌한 대전에서 과연 디즈니시대를 깬 새로운 주역은 탄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