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영화 ‘사자’ 안성기 사진=MK스포츠 김영구 기자 |
안성기가 스크린 복귀작으로 선택한 ‘사자’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 분)가 구마 사제 안신부(안성기 분)를 만나 검은 주교 지신(우도환 분)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2017년 ‘청년경찰’을 연출한 김주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오컬트 소재를 통해 한국판 히어로물을 표방한다.
안성기가 연기한 안신부는 절대 악(惡) 지신에 의해 부마자가 된 이들을 구제하는 데 자신의 몫을 다한다. 안신부 역시 자신의 스승이 그러했듯 구마 사제 길을 걷는 거다. 그리고 아마도 용후는 안신부의 길을 걸을 것이다. 영화적으로 봤을 때 썩 괜찮은 대물림 장치다. 이야기 전개상 결국 용후를 히어로로 이끄는 인물은 안신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물론 용후는 자의에 의해 자신의 길을 선택하지만 여기에 안신부라는 캐릭터가 없다면 이 모든 게 가능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안성기의 안신부는 그동안 한국영화가 그려온 구마사제들과 결이 다르다. 캐릭터의 특이성보다도 안성기라서 가능한 일이다. 지나치게 무거워질 수 있는 공기를 능수능란하게 완급 조절하는 건 온전히 안성기의 힘이다. 연륜에서 녹아나오는 안정된 호흡과 능청스러움, 억지스럽지 않은 유머는 결국 ‘사자’를 믿게 만드는 데 큰 영향을 준다. 안성기는 129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 내내 관객에게 신뢰를 부여하며, 영화의 단점과 불안요소를 제거하는 베테랑이다.
![]() |
↑ 영화 ‘사자’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올해 한국영화는 100주년을 맞았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의 쾌거를 이뤘고, 선대 영화인들이 닦아놓은 길을 토대로 ‘사자’처럼 새로움을 지향하는 영화도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세월을 고스란히 관통해온 안성기가 있다. 한국영화가 르네상스로 불릴 만큼 성황일 때도, 사회적 혹은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고 휘청일 때도,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갈 때도, 그 어느 순간에도 안성기가 있었다. 안성기는 여전히 상업, 비상업영화를 가리지 않는다. 캐릭터의 경중을 따지지도 않는다.
존재만으로도 영화에 신뢰감을 불어넣고 좋은 기운을 주는 안성기. 한국영화의 거목인 그의 꺼지지 않는 열정과 멈추지 않는 도전이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에 새겨졌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