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박 주자들의 경선 재참여로 공천헌금 사태가 봉합되는가 싶었지만,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인 듯합니다.
현기환 전 의원과 홍준표 전 대표에게 돈을 줬다는 의혹을 받는 현영희 의원은 밤샘조사를 받고 오늘 새벽 동이 틀 무렵 귀가했습니다.
현영희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현영희 / 새누리당 의원
- "사실대로 진술했습니다. 진실은 곧 밝혀질 것입니다.
(당에서 제명조치를 당했는데요.)
……"
취재진을 뿌리치고 성급히 검찰 청사를 빠져나가는 현영희 의원.
심기가 불편한 걸까요?
이 사건을 제보한 현영희 의원의 전 비서인 정 아무개 씨로부터 3억 원을 받아 현기환 전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조 아무개 씨의 진술은 자꾸 바뀌고 있습니다.
조 씨는 3월15일 서울역에서 정 씨를 만나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부인했다가 검찰 조사에서 다시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2008년 이후 현기환 전 의원을 만난 적이 없다던 조 씨의 진술도 오락가락 바뀌면서, 사건 당일 조 씨와 현 전 의원이 같은 시간대 같은 장소에 있었던 정황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조금씩 실체가 밝혀지는 걸까요?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관련자 진술이 엇갈리는 검찰 수사를 일단 지켜보자'던 박근혜 후보의 심경에도 변화가 온 듯합니다.
지난 일요일 '20대 정책토크'에서 공천 헌금 의혹과 관련해 국민에게 송구스럽다고 했던 박 후보는 어제 열린 경선후보 서울지역 합동 연설회에서 또다시 국민에게 사과했습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경선후보(8월6일)
-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저는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송구스럽습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중대 범죄입니다. 그런 구태 정치를 바꾸려고 우리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고 얼마나 많은 아픔을 겪었습니까? 이 일은 누구도 성역이 있을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을 이른 시일 내에 밝혀서 관련된 사람은 엄중 처벌 해야 합니다. 저 박근혜 다시는 우리 정치에서 공천 비리가 발붙일 수 없도록 더욱 철저히 시스템 개혁을 해 나가겠습니다."
이틀째 공천 헌금과 관련해 연이은 사과가 나오자 당 안팎에서는 박 후보가 이제야 심각성을 파악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 후보의 인식이 바뀐 것은 당 원로를 비롯해 당 안팎의 인사들에게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전해들었기 때문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일부에서 돌던 '공천 헌금 청와대 기획설'에 박 후보가 솔깃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말도 들립니다.
어찌 됐든, 박 후보는 뒤늦게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고,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 제명에 반대하던 기존 견해를 접었습니다.
송구스럽다고 말한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늦게라도 했으니 이것으로 된 걸까요?
어제 뉴스 m에 출연했던 손수조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장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손수조 /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장
- "분명히 잘못된 일이기 때문에 시시비비가 분명히 가려지는 것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로 분명히 박근혜 후보님께서는 그 당시에 비상대책위원장, 리더셨단 말이죠. 그것에 대한 책임론의 목소리는 분명히 나올 수 있습니다. 수사가 종결되고 시시비비가 가려진 다음에 책임 있는 자세가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검찰 수사가 끝난 뒤에 사과를 해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손수조)지금은 충분히 그 논란에 대한 송구스러운 마음을 전하셨기 때문에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송구스러운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남경필 의원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박 후보가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진솔하게 사과를 하는 게 옳고, 사과의 강도는 강하면 강할수록,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지적했습니다.
이재오 의원은 뼈 있는 말까지 했습니다.
'농사는 심은 대로 거둔다. 정치도 마찬가지'라고 트위터에 썼습니다.
'열무를 심었는데, 벌레가 반은 파먹었다. 반은 내가 먹었다'는 말도 했습니다.
알 뜻 모를 뜻 싶은 말이지만, 적어도 공천 헌금으로 당의 내분이 커진 것은 전적으로 총선 당시 당을 이끌었던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심은 것이라는 뜻은 분명해 보입니다.
박근혜 후보를 이른바 '멘붕' 상태로 모는 것은 또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에 대한 비박 주자들의 파상적인 공세가 그것입니다.
어제 합동 연설회에 있었던 김문수 후보의 말과 박근혜 후보의 말을 차례로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문수 / 새누리당 경선 후보(8월6일)
- "전 입당한 지 19년 됐습니다. 박근혜 후보보다 4년 빨리 입당했습니다. 전 한 번도 탈당한 적이 없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도중에 자기 맘대로 안된다고 탈당했다가 왔습니다. (야유) 과연 당을 망친 사람이 누구입니까?"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경선 후보
- "저는 네거티브에 너무 시달려서 멘붕이 올 지경입니다. 그러나 그런 것에 절대 굴복하지 않습니다. 지난 총선 국민과 한 약속도 꼭 지켜나갈 것입니다."
박근혜 후보의 연설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습니다.
다른 후보 연설은 아예 관심도 없고, 박 후보를 비난하는 말이라도 나오면 야유가 쏟아집니다.
적어도 당심은 박근혜 후보를 든든하게 믿고 지지한다는 뜻일까요?
그런데 이게 꼭 박 후보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박근혜 캠프뿐 아니라 많은 당원이 박근혜 후보를 거의 절대적으로 믿고 신뢰하다 보니, 박 후보에게 제대로 민심을 전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겁니다.
이번 공천헌금 사태 역시 박 후보에게 처음부터 민심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게 화를 키웠다는 말이 나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쩌면 앞으로 박근혜 후보에게 혹시 올지도 모를 가장 큰 멘붕의 싹은 여기서부터 자라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김형오 / hokim@mbn.co.kr ] MBN 뉴스 M(월~금, 오후 3~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