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중 하나가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고, 안철수 의원입니다.
문재인 의원은 지난 주말 대선 당시 자신을 취재했던 기자들과 북한산을 올랐습니다.
그리고 작심한 듯 정치현안에 대한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먼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을 다했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당 의원
- "국정원 부분은 분노, 분노, 분노가 치만다. 국가 정보기관이 특정 후보의 당선을 막아야겠다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선거를 좌우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
첫 마디에 '분노, 분노, 분노'란 말을 무려 세 번이나 했습니다.
문재인의 분노는 답변 내내 이어졌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당 의원
- "그런 식의 시도가 행해졌다는 자체도 분노스러운 일이다. (경찰의 증거 인멸) 그런 것도 분노스럽다. 수사결과 더욱 분노스러운 것은 아직도 정권 차원에서 비호하려는 그런 식의 행태들이다."
문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책임론'도 들고 나왔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당 의원
-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민주당이 (사건을) 조작했다면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문재인 후보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뒤집어 말하면 사실로 드러나면 박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 아니겠느냐. 저는 박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 책임이라는 것이 극단적인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문 의원의 말을 더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당 의원
- "이제 와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선거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고, 박 대통령이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게 엄정하게 처리하게 하도록 책임을 져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정원과 경찰을 비롯한 권력기관을 바로 잡으라는 의미입니다.
청와대는 문재인 의원의 '박 대통령 책임론'에 불쾌한 표정이 역력합니다.
▶ 인터뷰 : 청와대 관계자
- "우리가 (사건 관련자를) 비호하려 했다면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왔겠느냐. 경찰·검찰 수사에 관여한 적이 없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책임질 사안이 아니다."
이정현 홍보수석 역시 박 대통령은 국정원 독립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인터뷰 : 이정현 / 청와대 홍보수석
- "새 정부는 국정원과 사정 기관의 독립·공정·중립성에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은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 역시 국정원 선거개입의 피해자라고 주장합니다.
시사마이크에 출연했던 김재원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재원 / 새누리당 전력기획본부장
- "일선에서 선거를 치른 저희 입장에선 그게(국정원 선거 개입)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까딱하면 우리가 손해를 많이 본 사건에…. 그것 때문에 표를 더 찍은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래서 그 문제는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일방적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쓸데없는 일을 벌이지 않았나)
전 정권의 핵심이 일방적으로 벌인 일이고, 그런 국정원의 개입으로 득 본 게 없는데도 무조건 박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는 논리입니다.
박 대통령의 책임론과는 별도로 문재인 의원은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안철수 의원 쪽이 새 정치의 밑그림으로 그리는 '진보적 자유주의'가 안 의원의 독점물일 수 없다는 겁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당 의원
-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도 진보적 자유주의 입장에 있었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우리는 민주당과 다르다' 그런 생각으로 쓴다면 그렇게 될 수 없다"
이미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개인의 영역에서는 자유·복지, 경제민주화 영역에선 진보적 입장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안 의원 측이 내건 '진보적 자유주의'와 '새 정치'라는 것이 지금 정치권에는 없는 새로운 것인냥 포장했지만, 결국 하나도 새롭지 않다는 뜻일까요?
어찌 보면 지금 박근혜 정부 역시 큰 틀의 '진보적 자유주의'를 표방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안 의원의 새 정치는 기존 야권의 정치적 지향점과 큰 차이가 없고, 심지어 박근혜 정부와도 차이가 없는 걸까요?
안철수식 새 정치는 여전히 모호한데, 그 모호함을 '독점'으로 감추려 한 걸까요?
안철수 의원 쪽은 당황하면서도 애써 신경 쓰지 않으려 하는 모습입니다.
송호창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송호창 / 무소속 의원
- "진보적 자유주의는 우리가 고민하는 정치적 지향 중 하나로 다른 쪽의 평가를 원하지 않는다. 민주당 반응에 언급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어쨌거나 사람들은 이 대목에서 문재인 의원이 왜 박 대통령에게, 그리고 한때 정치적 동지였던 안철수 의원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냈을까 궁금해합니다.
야권 성향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신사'로 불리는 그가 이렇게 거친말을 하는 걸 보면, 분명히 뭔가 있긴 있는 것 같습니다.
2017년을 염두에 둔 걸까요?
2017년 재도전은 분명히 험난할 수밖에 없습니다.
60%를 넘는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그리고 민주당을 앞서는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문재인 의원이 비판한다고 해서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닐 테니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