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대형 뉴스가 터지니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불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뉴스거리가 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고, 그 뉴스가 그다지 기분 좋은 뉴스는 아니라는 점에서는 불행인 듯합니다.
이석기 의원과 전두환 전 대통령.
오늘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사람들입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을까요?
저는 국민을 상대로 비상식의 상식화에 도전하는 그 무모함이 공통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어제 국회에 보고됐습니다.
내일이나 모레쯤 본회의 표결을 통해 처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석기 의원은 어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체포동의안 처리를 막아달라고 읍소하다시피 했습니다.
▶ 인터뷰 : 이석기 / 통합진보당 의원(9월2일)
- "혐의는 내란음모인데 체포동의안의 사유는 철저히 사상검증이다 마녀사냥이다. 내란음모에 관한 단 한 건의 구체적 내용 없다. 대한민국의 시계가 어딘지 궁금하다."
국정원이 국회 체포동의안에 적시한 혐의를 보면, 이 의원은 올해 초인 3월3일 '혁명의 결정적 시기'가 왔다며 '전쟁 대비 3가지 지침'을 혁명조직 RO에 내려 보냅니다.
1. 비상시국에 연대조직을 빨리 꾸릴 것.
2. 대중을 동원해 광우병 사태처럼 선전전을 실시할 것.
3. 미군기지, 특히 레이더 기지나 전기시설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것.
이 무렵은 남북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던 시기로 3월7일에는 북한이 정전협정 파기를 선언했습니다.
▶ 인터뷰 : 김영철 / 북한 정찰총국장(3월7일)
- "형식적으로나마 유예해오던 조선정전협정의 효력을 완전히 전면 백지화해버릴 겁니다. 우리 군대가 잠정적으로 설립하고 운영하던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활동도 전면 중지하게 될 것입니다."
이 의원은 북한의 정전협정 파기를 곧 전쟁이 임박한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긴급히 전쟁 대비 3대 지침을 내렸고, 5월10일과 12일 잇따라 RO 조직 전체모임을 가졌습니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정세강연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정원이 밝힌 녹취록에는 전혀 다른 말이 나옵니다.
"이 자리는 정세를 강연하러 온 게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준비하고 싸울 것인가 결의를 하기 위해 왔다."
이쯤 되면 허황된 망상가 수준을 넘어 비상식적인 정세 판단을 통해 비상식적인 군사 행동을 준비했다는 뜻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비상식적이지만, 절대 허술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 혁명조직은 조직원들의 국회 입성, 그리고 정권 장악까지 치밀한 계획을 짰고 이를 단계적으로 실천에 옮겼습니다.
첫 번째는 민혁당 사건 이후 잔존세력을 모아 경기 지역 사회단체를 장악하고 민주노동당에 들어가 당시 당권을 쥐었던 노동해방 PD 계열을 몰아냅니다.
당시 이들과 같은 당 활동을 했던 노동당 박은지 대변인이 어제 시사마이크에 출연해 밝힌 내용입니다.
▶ 인터뷰 : 박은지 / 노동당 대변인(어제 시사마이크)
- "당시에 일심회라는 조작 사건이 있었죠. 그 사건 같은 경우는 북에 정보를 보낸 건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건을 바라보는 당시 민주노동당 내에서 가장 중요하게 문제가 되었던 건 이분들이 북에 정보를 보고 할 때 민주노동당 내에 인사들, 다시 말해서 당내 활동가와 간부들에 대한 분석, 정보 또한 북에 보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분들을 징계 하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쟁점이 됐고요. 그런데 당시에 NL 세력 등등에서 공안탄압에 탄압받는 동지들을 어떻게 당내 징계에 회부할 수 있겠느냐 하면서 당시 당 대회에서 징계안이 부결이 됩니다. 부결이 되면서 분당이 된 것이죠."
당에서 PD 계열을 몰아낸 RO 혁명조직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당권을 장악하는 데 성공하고,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이석기 의원을 비례대표 1순위로 선출합니다.
이석기 의원을 비롯해 김재연, 김미희 의원 등 핵심 RO 조직원을 국회에 침투시키기 위해 매일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뜻입니다.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혁명조직 RO는 지난해 8월 모임에서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2020년 총선에서 제1 진보야당을 만들자고 다짐합니다.
또 2017년 대선에서 진보 집권시대의 서막을 올리자는 전략도 짰습니다.
지금의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사람들은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애들의 코미디라고 비웃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매우 진지하고, 매우 실천적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상식적인 계획과 일들이 이들에게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들이라는 뜻입니다.
이석기 의원을 비롯해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어제 국회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면서 보인 웃음이 그걸 말해줍니다.
비상식의 상식화에 도전하는 무모한 이는 또 있습니다.
바로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입니다.
검찰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를 오늘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부인인 탤런트 박상아 씨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지 사흘 만입니다.
검찰은 재용씨 소유의 부동산 개발회사 비엘에셋과 서울 한남동 고급 빌라, 또 외삼촌 이창석 씨의 오산 땅 매각 등 각종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 비자금이 흘러간 것으로 보고 조사해 왔습니다.
재용 씨가 지난 2003년과 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LA에서 구입한 고급 저택의 구입자금도 전 전 대통령 비자금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이 저택들은 박상아 씨 명의로 구입됐지만, 얼마 안 돼 박 씨 어머니 앞으로 명의가 이전돼 차명관리 의혹을 받아왔습니다.
재용 씨가 과거 한 말입니다.
▶ 전재용 씨(7월21일)
- "매주 일요일마다 가족들이 다 와서 부모님 모시고 식사해요 원래. 왔는데 기자분들이 계시고 해서 가족분들, 다른 형제들은 오다가 돌아갔고요 저만 이제 온김에 모시고 식사하고 이제… (돌아가는 길이에요) (압수수색 관련해서 한 말씀만 해 주세요.) 죄송합니다. 죄송하고, 성실히 조사 받고 하겠습니다."
검찰은 재용 씨에 이어 어제는 셋째 아들 재만씨의 장인인 이희상 동아원 회장 집무실과 관련 업체 등 11곳을 압수수색해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습니다.
검찰은 특히 동아원 해외 계열사가 소유한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농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비자금 해외 은닉 혐의를 받고 있는 장남 재국 씨 역시 서울 한남동 땅 매입을 지시했다는 조카 이재홍 씨의 진술을 확보한 터라 곧 소환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데도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는 검찰과 국민을 상대로 배짱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상식이라면, 어떻게든 돈을 모아 추징금을 자진 납부하겠건만, 수천억 원의 자산을 가진 그들은 그 상식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자식들이 모두 구속되고, 있는 재산도 모두 강제 압류당해야 비로소 자신들의 행동이 상식적이지 않
이석기 의원과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
비상식을 상식으로 아는 이들이 있기에 오늘도 우리 언론들은 다룰 뉴스거리가 있나 봅니다.
세상이 하 수상하니 그들에게는 비상식이 상식이 되나 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김희경 이민경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