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정조사 파행에 반발해 원·내외 병행 투쟁에 나선 지 101일 만입니다.
그러나, 이게 기권이나 후퇴를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앞으로 투쟁 방식을 더 강화하겠다는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 민주당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오늘)
-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모욕당하고 있다. 하루하루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게 아니라 하루하루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땅에 민주주의가 짓밟히는 것을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용납치 않겠다."
민주당은 천막을 접으면서 대신 범야권연대를 통한 특검 관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단일 투쟁에서 시민단체, 종교계가 함께 하는 방식으로 투쟁 전선을 확대한다는 겁니다.
새누리당은 이런 민주당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 수사중인 국정원 수사에 대해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 공세라고 혹평을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예산이나 주요 법안 처리를 특검과 연계하려는 전략도 비판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황우여 / 새누리당 대표
- "특검을 위해 정기국회 볼모로 잡는 것은 반민주적 행태요. 낡은 구정치 표본이요. 선진화법 누릴 자격이 없는 모습이라 한다."
민주당이 진짜 천막을 접은 이유는 뭘까요?
지금의 투쟁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일까요?
아님 정말 날씨가 추워졌기 때문일까요?
새누리당의 진짜 속내는 뭘까요?
야권과 한번 끝까지 해보겠다는 걸까요?
야권의 특검 요구를 전혀 들어줄 생각이 없는 걸까요?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돌격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막아줄 사람이 없고, 막을 방법도 없습니다.
지금의 정치권 충돌을 막을 수 있는 곳은 어쩌면 검찰일지도 모릅니다.
국정원 수사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검찰이 여야 모두를 납득시킬 만한 수사 결과를 내놓는다면 정치권이 싸울 일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검찰은 오히려 정치권 충돌에 기름만 계속 붓고 있습니다.
대검은 오늘 윤석열 전 국정원 수사팀장 사건에 대해 감찰 결과를 발표합니다.
흘러나온 얘기로는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에게 정직 3개월의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라고 합니다.
'야당 도와줄 일 있냐'라고 말했다는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에게는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런 감찰 결과에 대해서 검찰 내부에서조차 문제가 있다면 반발하는 기류가 다시 나타나고 있습니다.
네티즌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여야의 반응은 극과 극입니다.
▶ 인터뷰 : 유기준 / 새누리당 최고위원
- "대검 감찰 통해 윤석열 청장 중징계 청구키로 하자 검사가 항의하고 있다. 검사가 지켜야 할 절차 어긴 것이다. 정치쟁점화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 인터뷰 : 전병헌 / 민주당 원내대표
- "검찰 편파 수사, 편파 감찰-징계가 사실상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는 물론, 재판중인 사건 공소유지도 포기시키려는 정권 차원의 공작 일환으로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윤석열 전 수사팀장에 이어 또 누가 공안정국의 희생양이 될 것이냐며 개탄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정당한 검찰의 감찰과 수사에 대해 민주당이 오히려 외압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습니까?
새누리당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습니까?
지난 대선 당시 발생한 정치적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 더 커지고, 커진 사건은 다시 여야의 극한대치를 낳는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이러다, 박근혜 정부 임기가 국정원 사건으로 다투다가 다 지나갈 지도 모를 일입니다.
오늘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김한길 대표가 만난다고 하는데, 그 예상된 충돌을 막을 수 있을까요?
한숨과 막막함이 지배하는 하루 하루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