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도, 문재인 의원도, 안철수 의원도 분주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돌이켜보니 1년 전 지금도 세 사람은 참으로 정신없었던 것 같습니다.
1년 전 그 치열했던 대선 유세장에서 세 사람은 저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당시 치열했던 유세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새누리당 후보(작년 11월27일)
- "또다시 갈등과 분열의 실패한 과거로 돌아가겠습니까? 아니면 위기를 극복하고 민생을 살리는 준비된 미래로 가겠습니까? 지금 야당후보는 자신을 폐족이라고 불렀던 실패정권의 최고 핵심 실세였습니다. 정권을 잡자마자 '국가보안법을 폐기하겠다, 사학법을 개정하겠다' 이념투쟁으로 날밤을 지새운 것 기억하시죠 여러분?"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통합당 후보(작년 11월28일)
- "박근혜 후보는 과거 5.16 군사쿠데타, 유신독재 그 세력의 잔재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5.16 유신을 잘한 일이다, 구국의 결단이다, 나라를 위기에서 구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역사 인식을 하고 민주주의 할 수 있겠습니까? 민주주의 못하면서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도 국민 소통 안 하는 오만 독선 불통의 리더십으로 새 정치 해낼 수 있습니까. 누가 미래세력입니까?"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후보(작년 11월23일)
- "국민 여러분. 이제 단일 후보는 문재인 후보입니다. 그러니,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서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 후보께는 성원을 보내 주십시오.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지겠지만, 저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합니다."
유신의 잔재와 폐족 실세의 대결, 그 대결에서 쓴 웃음을 지으며 물러설 수 밖에 없었던 안철수 의원.
그때 모습이 참으로 생생합니다.
그때 그 치열함은 박근혜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승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합을 얘기했고, 패자인 문재인 후보는 깨끗한 승복을 약속했습니다.
대선 직후 그 얘기도 들어보겠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작년 12월19일)
-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번 선거는 국민 여러분의 승리입니다.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살리려는 열망이 가져온 국민 마음의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제가 선거 기간 중에 가는 곳마다 신뢰와 믿음을 주신 그 뜻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국민께 드린 약속 반드시 실천하는 민생 대통령이 돼서 여러분이 기대하시는 국민 행복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당 후보(작년 12월19일)
-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정권교체와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이루지 못했는데 다 저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박 당선인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리며 국민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펴줄 것을 기대합니다."
이말이 끝난 뒤 박근혜 후보는 청와대로 들어갔고, 문재인 후보는 국회의원으로 당선됐고, 안철수 후보는 미국으로 떠난 뒤 해를 넘겨서야 국내에 돌아왔습니다.
세 사람의 운명은 이렇게 엇갈렸습니다.
이렇게 치열했던 2012년 대선은 끝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끝이 아니었습니다.
너무나 치열했기 때문인지, 그 후유증은 대선1년이 되는 지금도 너무나 강하게 정국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일각의 '대통령 퇴진' 목소리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11월25일 수석비서관회의)
- "나라를 위해 젊음을 바치고 죽음으로 나라를 지킨 장병들의 사기를 꺾고 그 희생을 헛되게 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와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를 저하하고 분열을 야기하는 이런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분열을 야기하는 행동을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겠다는 초강경 발언이었습니다.
대통령 당선 이후 아마도 가장 강경했던 발언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쩌면 일각에서 제기하는 대선 불복 움직임때문에 더 강경한 발언을 한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강력한 경고는 야당을 더 자극했습니다.
민주당은 오늘 국회에서 시국미사를 했고, 그 자리에는 문재인 의원이 있었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당 의원(오늘)
- "천주교 미사에서 했던 사제의 강론에 대해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사한다고 하는데 아마 세계적으로 비웃음거리가 되고 또 전 세계 가톨릭의 공분을 사는 일일 것입니다. 한마디로 부끄러운 행태라고 생각합니다."
박 대통령은 박창신 신부의 발언을 국론 분열이라고 비판했지만, 문재인 의원은 그렇다고 해서 수사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습니다.
1년 전 대선처럼 박 대통령과 문재인 의원이 다시 대립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대선 불복일까요?
1년 전 강력한 두 사람의 대결에서 밀려나 있었던 안철수 의원은 오늘 새로운 정당 창당을 선언했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무소속 의원(오늘)
- "낡은 틀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담아낼 수 없으며, 이제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그리고 오늘 그 첫 걸음을 디디고자 합니다."
거창하게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선포했지만, 그러나 여전히 구체성은 떨어졌습니다.
새정치 추진위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누가 참여하는지 또 언제까지 만들지에 대한 답이 없었습니다.
내년 지방선거 전에 창당할 지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해 책임감있게 임한다는 얘기만 했습니다.
1년 전 안 의원을 따라 다녔던 애매모호함이라는 꼬리표를 여전히 떼지 못한 걸까요?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의원, 그리고 안철수 의원.
1년이 지났지만, 지금 이들의 모습에서는 1년 전 대선의 흔적이 너무나 깊게 새겨져 있는 듯합니다.
앞으로 1년 뒤는 또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