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의 17개 시·도지사 선거에서 여야가 각각 5곳에서 우세를 보이고 부산·인천 등 7곳에서 박빙의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KBS, MBC, SBS 등 방송 3사가 4일 출구조사 결과를 토대로 일제히 보도했다.
이들 방송사가 이날 실시한 6·4지방선거 출구조사 및 당선 예측조사 결과 여당인 새누리당은 대구(권영진)를 비롯해 울산(김기현)·경북(김관용)·경남(홍준표)·제주(원희룡)에서, 야당은 서울(박원순)을 비롯해 광주(윤장현)·세종(이춘희)·전북(송하진)·전남(이낙연)에서 각각 앞선 것으로 예측됐다.
또 부산(새누리당 서병수-무소속 오거돈)을 비롯해 인천(새누리당 유정복-새정치연합 송영길)·대전(새누리당 권선택-새정치연합 박성효)·경기(새누리당 남경필-새정치연합 김진표)·강원(새누리당 최흥집-새정치연합 최문순)·충북(새누리당 윤진식-새정치연합 이시종)·충남(새누리당 정진석-새정치연합 안희정) 등 7곳은 오차범위내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것으로 각각 조사됐다.
그러나 출구조사만으로 아직 예단은 이르다는 지적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개표 초기 상황만 봐도 출구조사와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15대, 16대 총선 당시 출구조사 결과가 방송사상 최악의 '오보'로 기록된 바 있어 개표 결과를 끝까지 지켜봐야 최종 판세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수도권 완패 위기에 '암울'
새누리당은 4일 6·4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 서울은 큰 격차로 패배하고, 인천·경기는 초박빙인 것으로 나타나는 등 수도권 전패 위기감이 돌자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서울 여의도 당사 2층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는 오후 6시 선거 종료 20여분전부터 이완구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 서청원 공동선대위원장, 윤상현 사무총장,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원유철 비대위원 등 주요 당직자 20여명이 속속 모여들어 긴장 속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기다렸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내내 열세였던 서울은 물론 수도권에서 수성을 기대했던 경기지사마저 근소한 차이로 뒤지는 것으로 나오자 아무 말 없이 TV 화면만 묵묵히 시청했다.
다만 경합이었던 부산에서 앞서고, 백중 열세로 분류했던 충남·충북에서 새정치민주연합과 격차를 줄이자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서 공동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국민께 말씀드렸지만 워낙 충격이 커서 국민이 마음을 모두 열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결과와 상관없이 대한민국의 적폐를 고치는 데 집권 여당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현주 대변인은 "그동안 출구조사 결과가 틀렸던 적이 많은 만큼 끝까지 개표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당직자들은 출구조사 결과가 최종 결과로 나타날 경우 당장 7·30 재·보궐선거나 멀게는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의 승리도 장담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적으로 기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패배할 경우 앞으로 선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당을 이끌 뚜렷한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주요 당직자들은 개표 상황이 나오는 오후 10시께 다시 상황실에 모여 선거 결과를 지켜볼 예정이다.
◆새정치연합, '안도' 속 경합지역 승리 기대
새정치민주연합은 4일 6·4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 서울을 포함해 쉽게 우열을 가늠할 수 없었던 광주, 세종 등 지역에서 승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자 안도감을 나타내면서 나머지 경합지역의 승리도 기대하며 들뜬 분위기를 보였다.
'세월호 참사'를 의식해 밝은 표정을 짓는 사람은 없었지만 영남을 제외한 경합지역에서 선전하면 과반 승리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며 전체 선거 승리를 조심스럽게 점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은 특히 수도권 지역 중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를 지역으로 분류한 경기와 열세로 판단됐던 대전 등에서 근소한 차이로 우위를 점하자 고무된 표정이다.
정세균·정동영·김두관 공동선대위원장 등을 비롯해 박영선 원내대표, 노웅래 사무총장 등 새정치연합 의원 20여 명은 투표 종료 시각인 오후 6시를 앞두고 상황실이 차려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로 모였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에 10%포인트 가까이 이기는 것으로 나오자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고 접전지역으로 나온 경기도 간발의 차이로 우위를 점하자 장내는 순간 술렁였다.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가 0.2%포인트 차이로 뒤진다는 결과가 나올 때는 짧은 탄식이 새어 나왔으나 당이 전략공천을 고집한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가 압승한 것으로 소개되자 정동영 선대위원장 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던 한 의원은 "선전한 거지"라고 촌평했고 다른 의원은 "현재까지는 나쁘지 않다"며 상황실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광역단체 17곳 중 7곳이 결과가 뒤집힐 수 있는 접전지역으로 나오자 성급한 판단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출구조사 결과가 실제 결과로 이어진다면 당이 어느 정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면서도 "개표 결과를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6대 총선 출구조사 최악의 '오보'…개표 결과 봐야
한편 방송사상 최악의 '오보'로 기록된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선례가 있어 선거 판세를 섣불리 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00년 16대 총선투표일인 지난 4월 13일 오후 6시 투표가 끝나자마자 KBS, MBC, SBS 등 3대 방송사는 여론조사기관의 출구조사를 토대로 '민주당 승리-한나라당 패배'를 일제히 보도했다.
각 방송사들은 9시 뉴스에서는 선거결과 분석과 당선 예상자의 소감도 미리 내보냈다.
그러나 이날 보도는 방송사상 최악의 '오보'로 기록됐으며 선거 개표가 50%를 넘어선 자정무렵 각 방송사는 사과방송을 내보내야만 했다.
당연히 방송사와 여론조사기관의 '조사결과'를 보도한 각 신문들도 기사를 고쳐쓰기 시작했으며 다음날에는 '방송사와 여론조사기관의 발표를 근거로...사과드립니다'는 사과문을 1면에 실었다.
당시 조사기관 예측과 다른 결과는 253개 선거구 가운데 39곳(15.4%)에 달했으며 후보들의 득표율이 표본오차를 벗어난 곳은 150여곳이나 됐다.
출구조사는 지난 1996년의 15대 총선에서도 39곳의 당선자를 잘못 예측해 '민주당 승리'를 내보냈다가 곤혹을 치른 바 있다.
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출구조사는 투표를 마치고 나온 유권자들을 상대로 물어보는 것으로 야당 지지자들이 본심을 숨기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선거문화 때문에 조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선거여론조사의 오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선거 여론조사 오보의 대표적인 해외 사례는 세계적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창시자인 조지 갤럽이다.
1948년의 미국 대통령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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