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하고 걱정했던 많은 이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 인터뷰 : 김영오 / 故 김유민양 아버지
- "입원하는 날 어머니가 알게 돼서 시골에서…. 아셔가지고 계속 우니깐…. 부모님하고 유나 때문에 많이 자극받았습니다. 몸 좀 추스르면은 미음 먹고 광화문 가서 국민하고 함께 할 겁니다. "
목숨을 건 유민 아빠의 단식은 세월호법 처리의 절박함을 국민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로부터 잠시 멀어졌던 진상 규명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진영 갈등을 불러일으킨 촉매제 역할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유민 아빠를 둘러싼 각종 루머와 소문들이 인터넷을 지배했고, 진영논리에 따라 극한 대립이 만들어졌습니다.
유민 아빠가 과거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 발언이 공개되면서 갈등은 최고점에 이르렀습니다.
▶ 인터뷰 : 김영오 / 진도체육관 (4월 17일)
- "사람 바꿔 달라니까! 책임자를 바꿔 줘!"
▶ 인터뷰 : 김영오 / 진도체육관 (4월 17일)
- "아주 OO, 내가 다 받아버릴까 한 번… "
▶ 인터뷰 : 진도체육관 (4월17일)
- "가족분하고의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공기를 빨리 들여보내서 생존자들에게 도움을 줬으면 하는 게 간절한 바람인데…."
▶ 인터뷰 : 김영오 / 故김유민 양 아버지(16일 광화문)
- "싸움은 끝난 게 아니에요. 편지만 전달했다 뿐이지. 전 세계 언론에 알렸다 뿐이지. 이제 박근혜하고의 싸움이 남아있잖아요. 내 고집이 센지. 박근혜 고집이 센지 보여준다 그랬잖아요. 또 여기 앉아서 박근혜 고집 꺾으러 갈 겁니다. 끝까지."
진상규명을 위한 단식의 순수성에는 색깔이 씌워졌습니다.
배우 이산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유민이 아빠(김영오 씨)라는 자야, 그냥 단식하라 죽어라. 자식을 진정 사랑하는 것이고 전혀 `정치적 프로파간다`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유일한 길이다"
"김영오 씨! 역사상 한민족 최초로 최고통수권자 앞에서 쌍욕한 당신, 대통령께 먼저 사과하면 당신께 사과 하겠습니다. 김재규도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하면서 당신처럼 육두문자는 쓰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직후 한 목소리로 국가 개혁을 하겠다는 통합의 정신은 산산조각났습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유민 아빠의 단식은 우리 사회의 한심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는 역효과를 낳았습니다.
유민 아빠의 단식 중단은 유민이 동생 유나를 위해서도, 또 갈라진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어쩌면 잘한 결정입니다.
<그럼 여기서 유민 아빠 김영오 씨 전화로 연결해 견해 듣겠습니다.>
유가족들은 유민 아빠 단식 중단과 함께 같이 동조 단식을 하고 있는 문재인 의원과 야권 의원들에게 단식을 중단하고 국회로 돌아갈 것을 부탁했습니다.
문재인 의원도 단식을 멈출 것 같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단식을 중단하며 어떤 생각을 할까요?
혹여 유민 아빠 단식을 멈추게 한 공이 있다고 생각할까요?
유민 아빠의 단식을 중단시키기 위해, 유민 아빠를 살리기 위해 시작한 단식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곱지 않은 시선이 쌓인 것도 사실입니다.
설마 그런 자가당착은 하지 않겠죠?
여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설마 어제 있었던 새누리당 지도부와 유족들의 2차 면담 덕분에 유민 아빠가 단식을 멈췄다 생각하지는 않겠죠?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된 어제 2차 면담은 1차 면담때보다는 좋은 분위기였던 게 사실입니다.
▶ 인터뷰 : 김병권 / 세월호 가족 대책위원장(1차 면담)
- "김재원 수석, 그리고 정책위의장 이 양반들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앉으세요.) 유가족과 이간질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 분을 왜 옆에 앉힙니까."
▶ 인터뷰 : 이완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1차 면담)
- "오해는 푸시고 함께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국민들은 원할겁니다. 유가족들도 중지를 모으는
▶ 인터뷰 : 이완구 / 새누리당 원내대표 (2차 면담)
- "오늘도 저희들이 주로 여러분의 말씀을 듣는 쪽으로 하나하나 귀담아 듣고 서로 생각하는 것을 나누는 그런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 인터뷰 : 유경근 /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 (2차 면담)
- "지난 월요일 비해서 진전된 바 전혀 없고, 여전히 오늘도 각자 주장에 대해서 끊임없이 설명하는 자리였습니다."
해법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이제 명백히 세월호법 처리의 키는 새누리당 지도부와 유족들의 만남에 달려 있는 듯힙니다.
새누리당 지도부와 유족은 다음달 1일 3차 면담을 갖습니다.
키를 쥐었던 야권은 그저 바라만 볼 뿐입니다.
존재감을 잃고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그런데도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야와 유족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 구성에 메달리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지도부와 유족이 합의만을 만들면 현실적으로 그것을 거부할 명분도, 힘도 없는 신세가 됐는데도 말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과 유족이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것으로 보는 듯합니다.
▶ 인터뷰 : 박영선 /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
- "우리는 유가족이 어떤 생각하고 있고 어떤 마음인지 이해하는 정당이고, 새누리당은 지금 두 번 만나서 이해를 어떻게 하겠나? 그러니까 (수사권 기소권 주장에 당황했다는)그런 브리핑이 나올 수 밖에 없지."
하지만 이런 박영선 위원장의 예상과 달리 새누리당 지도부와 유족이 타협안을 만들어낸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야 말로 설 자리가 없을 겁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주 내내 장외투쟁을 하면 대국민 선전전을 벌일 예정입니다.
그러나 국민은 지금 새정치연합의 선전전보다는 새누리당과 유족의 3차 면담을 더 주목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세월호 정국의 주도권을 가졌던 야권이 어쩌다 존재감도 잃고, 지지율도 잃게 됐을까요?
그 답을 안다면 야권은 다시 일어설 것이고, 그 답을 알지 못한다면 야권은 지금의 상태를 답보할 겁니다.
답은 너무나 쉬운데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