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일본으로 부터 받아낸 자금은 대한민국 고도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 자금으로 포항제철 건설, 경부고속도로 및 소향강 다목적 댐 건설 등 국가 기간시설 건설에 사용하며 6.25전쟁의 폐허를 벗어나 비약적 고도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리자가 짙게 깔려 있다. 과거사 청산이 마무리 되지 못해 지금까지 한일간 마찰의 원인이 되고 있기 때이다. 이때문에 청구권 협정은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사죄와 반성의 내용이 포함돼지 못한 미완의 협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구권 협정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본다.
◆한가지 문안, 두가지 해석
국교 정상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1965년 당시에도 과거사 청산이었다. 한일 양국은 한일 기본조약 2조에서 “1910년 8월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돤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문안에 합의한다. 하지만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문안은 사실 한국과 일본이 각자 해석을 달리할 수 있는 표현이었다.
한국 정부는 1910년 일본에 의한 강제병합조약은 강압과 불법에 의한 것으로 식민지배 자체가 처음부터 불법이라는 입장이었다. 반면 일본은 한일합방과 식민지배는 합법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국은 과거의 조약들은 모두 무효라고 해석한 반면 일본은 처음에는 유효했으나 국교정상화 시점에서는 이미 무효가 된 것이라고 해석이 가능했다. 결국 양측이 고의적으로 외교적인 모호성을 이용해 타결을 이뤄내기 위한 문안이었다.
◆식민지배 자체가 불법
청구권 협정 2조의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한다”는 문구도 논란의 씨앗이 되고 있다.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 조선인 강제징용 문제가 이 조항으로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인 반면 우리 정부는 개인의 청구권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맞서는 상태다. 이러한 문제점이 터진 것이 2012년 5월 24일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다. 한국 대법원은 이날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당시 고용주였던 미쓰비시 중공업과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다.
대법원은 일본의 식민지배가 불법이었기 때문에 피해자 개인의 대일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피고기업들이 불복 절차를 밟아 현재 대법원에서 재상고심이 진행중이지만 이미 대법원 판단이 나온 사안이라 같은 결론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많다.
◆끝나지 않은 과제들...위안부, 원폭피해자, 사할린동포
청구권 자금의 성격에 대해 일본은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대신 재정적 민사적 채권채무 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경제협력의 형태로 규정지었다.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이 이러한 논리의 근거가 됐다. 한국은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체결에 참가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승국으로서 일본에 전쟁배상을 받을 지위를 확보하지 못했다.
협상교섭과정에서 한국은 청구권자금임을 규정하려 했고 일본은 청구권배상과 상관없는 경제협력임을 강조했다. 일본은 당시에는 일본 국민 개인의 청구권은 남아있다는 입장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한국 내 일본의 재산은 미국에 의해 몰수돼 한국으로 넘겨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일본은 2000년대 들어 한국인 징용피해자들의 소송이 잇따르자 개인 청구권문제는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취하게 된다. 반면 우리 정부는 2005년 민관공동위원회를 통해 “한일청구권협정은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이 아니며 한일간 재정적 민사적 채권채무 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다. 또 청구권협정에는 일본군 위안부, 원폭 피해자, 사할린 동포 문제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규정한다.
◆한일 엇바뀐 정부입장...공은 사법부로
한일 양국 정부가 기존 입장을 뒤바꾸자 사법부가 전면에 나섰다. 특히 우리 헌법재판소는 2011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해 한일 양국에서 해석상 불일치를 보이는데도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청구권 대한 분쟁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다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일 외교현안으로 급부상하게 된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8차례 한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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