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평검사들과 대화를 하던 도중, 거침없이 나오던 한 검사에게 했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이쯤되면 막가자는 거죠?"
아무리 격의없이 하는 대화라도 평검사가 대통령에게 갖춰야 할 기본적인 예의가 있는데, 그 선을 넘었다는 뜻입니다.
이때 유행했던 말이 '검사스럽다'였습니다.
오늘 아침 새누리당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가 유승민 원내대표 얘기를 그만하자고 했는데도 김태호 최고위원이 계속해서 사퇴를 요구하자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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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김태호 / 새누리당 최고위원 (오늘 오전) - "잘못 전달되면 안됩니다. 지금…."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 (오늘 오전)
- "회의 끝내겠습니다."
▶ 인터뷰 : 김태호 / 새누리당 최고위원 (오늘 오전)
- "대표님! 대표님! 이렇게 하실 수 있습니까! (김태호 위원, 고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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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김학용 / 새누리당 의원 (오늘 오전)
- "에이, XX야. (김태호 위원, 고정해요.)"
▶ 인터뷰 : 김태호 / 새누리당 최고위원 (오늘 오전)
- "사퇴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니깐 계속 얘기하는 것 아닙니까. 사퇴할 이유가 분명히 있는데 이렇게 당을 어렵게 만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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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김태호 / 새누리당 최고위원 (오늘 오전)
- "사퇴 이유가 왜 없어? 이 상황이 사퇴지. 무슨 이런 회의가 있어!"
사건은 내막은 이렇습니다.
김태호 최고위원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거듭 얘기하자,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해도 너무 한다며 반복되는 사퇴 촉구가 당을 위해 무슨 도움이 되고 유 원내대표가 합리적 결정을 하는데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따졌습니다.
김무성 대표도 역정을 내고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겁니다.
나가는 김 대표 등을 향해 김 최고위원은 '대표님'을 연신 불렀지만, 돌아온 건 김학용 대표 비서실장의 욕설이었습니다.
김태호 최고위원과 김학용 비서실장은 친구 사이입니다.
김 비서실장은 친구를 위해, 더 다칠까봐 욕설을 했다고 했지만, 그게 곧이 곧대로 들릴 리가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김 최고위원은 왜 그랬을까요?
김 최고위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태호 / 새누리당 최고위원 (오늘 최고위 후)
- "나는 '(김무성 대표께서) 사퇴할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했기 때문에 내가 끊임없이 '이 상황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 당에 따른 정권 안정이 중요하다.' 이 말씀을 드린 겁니다. 그런데 마치 기다려주지 않는 것처럼 한 것에 대해서 제가 왜곡된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그 말씀을 드린 겁니다. (김무성 대표께서 나간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유감입니다. 굉장히 유감입니다. (김무성 대표가 미리 유승민 관련 얘기하지 말자고 정리가 된 상태에서 말씀하신 건가요?) 그런 일 없습니다."
김 최고위원으로서는 유승민 원내대표를 빨리 사퇴시키는 것이 당을 안정시키는 것이라고 봤지만, 이는 김무성 대표의 생각과는 너무 다른 것이었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 (오늘)
- "당을 파국으로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 다루듯이 지금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근데 그걸 못 참고 연일 그렇게 비판을 하고 공격을 하고 하는 건 나는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번 발언했으면 됐지 또 그것을 또다시 또 중복, 삼복 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에 벗어난다고 생각을 하고, 또 당 지도부정도 되면은…. 아이고 마. 그 이야기 안 하겠다. 그만하자. (혹시 나가신 이후 오전에 김태호 최고랑 따로 연락을 취해서 사과했다던가?) 안 했어. 안 했어. "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서청원 최고 역시 김 최고위원을 말릴 정도였습니다.
김 최고위원이 너무 나간 걸까요?
아마도 김 최고위원으로서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차기 대선 주자로 부각되는 것이 신경쓰였을까요?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습니다.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었습니다.
자신 때문에 당이 막장 드라마 국면으로까지 간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었을까요?
유승민 원내대표는 어제까지만 해도 사퇴할 뜻이 없는 듯 보였습니다.
▶ 인터뷰 : 유승민 / 새누리당 원내대표
- "청와대의 사퇴 압박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가 대립각을 세우고 싸우는 모습을 어떻게 평가했을까요?
'이쯤되면 막
아니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오히려 수평적 당청관계로 가는 것이라 평했을까요?
이것이 막장 드라마일지, 아니면 새로운 당청 관계 수립의 전기가 될지 어찌 알겠습니까?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이가영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