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1년 여 만에 지난 16일 개성공단에서 만나 12시간 동안 밀고 당기기를 거듭했지만 결국 빈 손으로 헤어졌다.
남북 양측의 개성공단 공동위원장들은 회의 시작에 앞서 “이번 회담을 남북관계의 ‘단비’로 만들자”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날짜를 넘겨 17일 새벽 1시경 헤어질 때에는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북측 공동위원장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 지도총국 부총국장은 회담 후 소감을 뭍는 우리 취재진들의 질문에 아예 “안 한 것보다 못했다, 앞으로 이런 회담 할 필요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박 부총국장은 “공동위원회가 정말 불필요한 기구라는 것을 신중하게 느꼈다”며 얼굴을 굳혔다.
우리 쪽도 섭섭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날 우리 측 공동위원장인 이상민 통일부 남북협력지구 발전기획단장은 회담 이후 결과 브리핑에서 “북측은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개정한) 노동규정에 따라서 임금을 북측이 정한대로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북측은 이미 합의한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에 대해서도 5·24조치를 거론하고 우리 측에 책임을 전가했다”고 말했다. 최근 개성공단 남북 공동위원장에 발탁돼 공동위 회의 수석대표로 처음 나선 이 단장은 이날 빡빡한 12시간 마라톤 회담을 진행하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사실 이와 같은 상황은 남북이 16일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개최에 합의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는 예견됐던 수순이었다. 비단 다른 협상들도 그렇지만 남북회담은 더더욱 첫술에 배부르기 힘들다는 것이다. 남북회담에서 자정을 넘겨가며 격론을 벌이다 합의서 없이 헤어지는 것 역시 매우 드문 풍경도 아니다. 5만 명이 넘는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문제를, 그것도 북측이 일방적으로 임금·노동규정을 바꿔놓은 상황이다. 당연히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지난한 기승전결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16일 남북 공동위는 시작일 뿐이다.
일단 우리 측은 북측과 협의를 통해 노동·임금 규정을 함께 손본다면 기존 최저임금 인상률 상한선인 ‘5%’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성을 보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단장도 브리핑에서 “우리 측은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차원에서 합리적인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면서 “이와 함께 당면한 임금문제에 대해서도 유연한 입장에서 협의하는 것으로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측은 임금문제를 포함한 노동규정 개정 문제는 자신들의 주권적 사안이라는 기본 입장을 고수해 접점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번 회담은 박근혜 정부 들어 진행됐던 여타의 남북회담보다는 남북이 심도깊게 현안을 논의하는 계기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 개성공단 관련 회담들은 ‘10분 접촉 후 1시간 정회’ ‘5분 접촉 후 2시간 정회’ 등을 반복하며 회담 자체보다는 본부의 훈령을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었던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는 오전 4차례 공동위원장 접촉이 1시간씩 가까이 이어지며 끈질기게 논의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북측 박철수 부총국장은 “이런 회담 할 필요없다”고 짐짓 엄포를 놓았지만 싸우더라도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는 시간이 길었다는 점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개성공단은 지난 10년 동안 5만 명이 넘는 북측 근로자가 수 백 명의 우리 측 인원들과 한데 어울려 일하는 ‘작은 통일공간’으로 성장했다. 통행제한, 일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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