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의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는 18일 “이번 주 후반쯤 전승절 참석 관련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그러나 열병식 참석 여부가 함께 발표될 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박 대통령의 참석 여부는 정해졌고 발표에 앞서 세부사항을 조율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부는 이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파나마 방문(18-20일)과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 외교장관회의가 열리는 코스타리카 방문(21일)을 위해 이날 출국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다음주도 앵커리지에서 열리는 북극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외교장관이 자리를 비움에 따라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별도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부가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을 결정한 가운데 열병식에는 불참하거나 열병식까지 참석해도 손을 흔들거나 박수를 치지는 않는 등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에 따른 메시지를 관리하는데 마지막 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관측이다.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에 대한 외교득실을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상당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우호관계, 북한·북핵문제에 있어 중국의 역할,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연계성 구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박 대통령이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 항일을 주제로 한 전승절 행사에 우리 정상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일본에 대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일 관계 개선을 통해 한국을 고립시키려는 일본의 전략을 무력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번 전승절 참석을 계기로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와 한일 정상회의 개최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동북아의 외교리더십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강 아산연구소 부원장은“박 대통령이 전승절에 참석해 과거보다는 미래의 얘기를 해야 한다”면서 “전쟁의 참혹함이 반복되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동아시아 질서 만들어내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정부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분석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미국의 동맹국(영국, 호주, 일본)은 전승절에 아무도 안간다”면서 한국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일본은 그동안 미국을 상대로 “한국이 중국에 붙어 버렸다. 동북아에서 미국이 믿을 것은 일본 밖에 없다”는 ‘이간질 외교’를 펼쳐왔다.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가 이러한 ‘중국 경사론’에 힘을 실어준다는 지적도 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전승절 참석에 득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안그래도 우리가 중국 측에 밀착되고 있다는 오해로 외교안보 정책에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의심을 확인시켜주는 행보 밖에는 안된다”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열병식 참석 여부를 놓고도 전문가들의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6.25 전쟁 때 우리에게 총을 겨눴고 분단의 원인이 된 중국 인민해방군의 열병식에 우리 정상이 참석해 박수를 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전승절에는 참석했지만 열병식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패전국도 아닌데 열병식에 참석 안할 이유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오히려 일본 제국주의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역사상 어떤 우리 지도자가 천안문 광장에서 중국군의 사열을 당당히 받은 적이 있었겠냐”면서 “중국까지 가서 열병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가지 않는 것만도 못하다”고 지적했다.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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