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억류중이던 한국 국적의 미국 뉴욕대생 주원문씨(21)를 5일 판문점을 통해 돌려보냈다. 이번 송환은 북한이 조선적십자중앙위원회 명의 통지문을 보내 오후 5시30분(평양시간)에 주 씨를 우리 측으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히며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북측이 주 씨를 우리 측으로 송환하면서 북측 지역에 억류중인 우리 국민은 김정욱(52), 김국기(61), 최춘길(56) 씨 등 3명으로 줄었다.
검찰과 정보당국 등 관계기관은 주 씨의 신병을 인도받아 조사를 거쳐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제6조) 위반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미국 영주권을 보유한 한국 국적의 주 씨는 지난 4월 말 북한에 대한 호기심으로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단둥에서 북한으로 밀입북하려다 북측에 적발돼 억류중이었다. 주 씨는 억류기간 중 평양에 머무르며 외신인터뷰와 기자회견 등을 갖고 “미국에서 공화국(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자료들을 보고 들으면서 공화국의 현실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직접 체험하기 위해 국경을 넘었다”며 밀입북 이유를 밝혔다. 회견에서 주 씨는 “서방에서 떠드는 것처럼 이 나라(북한)에 인권문제나 폭압정치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며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주 씨를 송환한 것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와 대외적 이미지 제고 등의 측면을 두루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단 주 씨는 북측에 억류중인 우리 국민 4명 가운데 유일하게 간첩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지 않은 청년이다. 북한으로서도 송환에 따른 부담이 적고 남북관계 전반에 대해서는 상당한 유화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 주 씨 외에 억류중인 나머지 3명은 모두 간첩·반공화국행위 등 죄목으로 재판에 넘겨져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대북 전문가는 “북측은 주 씨가 상대적으로 혐의가 가벼운데다 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주 씨의 입을 빌려 ‘인권국가’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키는 등 소기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북측은 주 씨의 송환을 결정하면서 남북관계에 미칠 (긍정적) 영향도 물론 고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북측은 주 씨 송환을 통해 유엔 무대에서 진행중인 북한인권결의안 논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북측은 지난 해 ‘김정은 제1비서에게 인권유린의 책임을 물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해야 한다’는 내용의 북한인권결의안을 저지하기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정부는 이날 통일부를 통해 “북한이 이제라도 우리 국민 주원문씨를 송환하겠다고 결정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아직까지 북측이 억류중인 우리 국민 김정욱씨, 김국기씨, 최춘길씨도 조속히 석방하여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를 촉구한다”는 정부 입장을 밝혔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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