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가예산을 심사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인선을 놓고 내홍을 빚으면서 파행됐다.
이미 교과서 문제로 예정된 일정에서 사흘을 소비한 상황이어서 예산 심사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새누리당 소속인 김재경 예결특위 위원장은 12일 “소위를 15명으로 구성하기로 이미 의결해 증원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15명으로도 효율적 진행이 어렵다”면서 “양당 원내대표는 명단을 수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미 소위의 소위를 운영하는 실정이고 회의장도 협소하다”며 “16명인 법사위원회보다도 예산안조정소위가 크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전날 여야 원내대표는 총 17명으로 소위 정원을 늘리기로 전격 합의하고 소위 인선 내용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애초 명단에 없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전남 순천·곡성)이 추가됐다. 야당도 한자리를 비워놓고 버티다가 막판에 배재정(비례대표·부산 출마 예정)·최원식(인천 계양을) 의원 등을 추가해 발표했다.
소위 위원은 지역 예산을 챙길 수 있는 ‘요직’이기 때문에 항상 로비전이 치열했다. 하지만 이번엔 아예 정원을 늘리는 꼼수가 작용하면서 여당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거센 것이다.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이날 “2명을 늘려 특위가 거의 망가지는 엄중한 사태가 벌어졌다”며 “양당 원내대표가 월권행위를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야당도 증원을 요구한 것을 시인하면서도 “포기했는데 갑자기 태풍이 몰아쳤다”며 “가만히 있다가 떡을 주워먹었다”고 말했다.
최종 결정이 여당발(發)로 이뤄졌다는 얘기다. 그는 “태풍의 진원지를 알아보면 재미있을 것”이라며 묘한 미소를 흘렸다.
친박계 실세인 이정현 의원이 애초 명단에서 제외되자 강력히 항의했고, 결국 원유철 원내대표가 ‘윗선’과 교감하에 명단교체 대신 증원을 선택했다는 얘기로 들린다. 하지만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야당측에서 내년에는 총선도 있으니 여야 1명씩 늘리자고 요청해와 우리도 이정현 의원을 추가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여야는 서로 ‘네 탓’
이정현 의원은 논란에 대해 “강원과 호남을 대변하기 위해 당연히 들어가는게 맞다”며 “예결위원장 입장도 이해되지만 얼마든지 조정 가능한 것이 정치”라고 말했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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