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더불어민주당은 14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삼고초려 끝에 김 전 의원의 선대위원장 수락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김종인 박사는 학자와 정치인으로서 경제민주화를 필생의 신념으로 추구해왔고 오늘날 시대정신인 경제민주화의 상징같은 분”이라며 “김 전 의원을 중심으로 총선 필승하고 정권교체까지 바라보는 선대위 구성을 빠르게 마무리해서 총선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15일 오전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시작으로 선대위원장 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더민주가 꺼내든 ‘김종인 카드’는 주변 예상을 뛰어넘는 승부수라는 평가다. 문 대표는 당초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 김 전 의원의 ‘공동 체제’를 구상했지만 박 전 원내대표가 이를 고사하면서 김 전 의원 영입을 우선 발표하게 됐다.
김 전 의원은 당초 문 대표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고, 먼저 비상대책위원장 직책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김 전 의원의 요구가 일부 반영돼 사실상의 비대위원장격인 선대위원장으로 낙착이 된 셈이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04년 민주당에 영입됐을 때 추미애 의원 등과 공동 위원장을 맡으면서 어정쩡한 위치가 됐던 점을 감안해 이번엔 단독 자리를 원했다는 후문이다.
서강대 교수 출신인 김 전 의원은 노태우 정부 시절 보건사회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역임했다. 11·12·14·17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 선대위원장은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경제민주화 조항’ 신설을 주도하기도 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겸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맡아 박 대통령 당선에 힘을 보탰다.
박 대통령과 사이가 멀어진 뒤에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14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안철수는) 자기가 불리하니까 밖으로 나가버리는 사람이다. 야당이 단합해도 정권 쟁탈은 굉장히 어려운데 (당을 ) 쪼개서 나갔고, 소위 정치행위라는 것이 잘 납득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거세게 비판하며 안 의원과 명백하게 선을 그었다.
국민의당 측은 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영입한 것에 대해 “특별히 코멘트할 것 없다”며 “그 전에 국민의당이 영입을 시도했다는 접촉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핵심 인사를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것은 문 대표가 조기선대위 체제로 전환해 당 내분을 빠르게 수습하고 정면돌파하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그동안 계속해서 지적됐던 ‘경제 분야가 취약하다’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표는 “(김 전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정권 탄생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경제민주화 아이콘이지만 박근혜 정권에 걸었던 기대가 처참히 꺾였다”며 “박 대통령이 그 가치를 버렸다고 해서 시대정신을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 당이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거듭나고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 김 전 의원의 지혜와 연륜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관련해 운동권 정당이라는 비판이 많았는데 이같은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문가 중심의 영입이 이뤄지고 있다”이라며 “김 전 의원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경제민주화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다는 점이 고려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성난 호남 민심을 달래기 위해 호남 출신 공동 선대위원장을 영입한다는 방침이다. 문 대표는 “호남, 특히 광주와 전남을 대표하는 공동선대위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곧 인선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일등공신인 만큼 ‘정치 철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정치의 기본을 모르는 물레방아 인사다. 김 전 의원은 선대위원장을 맡기 전 현 정부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본인이 반성해야한다”며 “석고대죄해야 할 사람이 당적을 옮긴다는 것은 한국 후진정치의 전형적인 모습이고 문 대표가 그만큼 조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선대위 체제가 꾸려지면 문 대표는 총선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내려놓을 전망이다. 문 대표는 “과거와 달리 선대위가 선거 사무에 관한 권한을 모두 넘겨받아 이를 총괄하고 최고위원회는 일상 당무를 담당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여러번 통합의 틀이 마련되면 당대표직 내려놓을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이날도 ‘탈당 쓰나미’에 시달렸다. 신학용·김승남 의원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전격 선언했다. 이로써 안철수 의원 탈당 후 더불어민주당을 떠난 현역 국회의원이 16명에 달한다. 특히 김 의원의 탈당은 황주홍·주승용 의원에 이어
[정석환 기자 / 김강래 기자 / 노승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