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그동안 사실상 금기시됐던 자위적 핵무장론을 주장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소수의견’이긴 하지만 북한이 새해 초부터 핵·미사일 연타석 도발을 강행한 이후 지난 2013년 3차 핵실험때와는 달리 핵무장 주장도 다소 힘을 받는 분위기다. 이날 원 원대대표는 국회 연설 후 매일경제신문과 만나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을 때가 왔다. 자체 핵 보유가 매듭을 끊을 수 있는 수단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언은 청와대와 묵시적 교감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 원내대표의 연설문은 청와대와 사전에 공유됐고, 핵보유 필요성 주장에 대해 청와대측에서 별다른 피드백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애초 연설문 원고에 포함돼 있던 ‘조건부 핵무장’이라는 표현이 빠지는 등 미세한 수위 조절은 있었다.
물론 여권 내에서도 아직은 신중론이 우세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핵보유 주장은) 당론이 될 수 없고 (원 원내대표)개인의 생각”이라며 최고위원회에서 사전논의가 있었냐는 질문에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매일경제가 국회 외교통일위·국방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각각 입장을 들어본 결과 여당 내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핵무장론에 대해선 “반대한다”고 밝혔다. 정두언 국방위원장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외통위 소속인 친박계 윤상현 의원도 “전폭기·핵잠수함 등 대북 위협책을 먼저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반면 국방위의 홍철호·김성찬 의원은 원 원내대표의 주장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야당 측 의원들은 원 원내대표 주장에 일제히 손사래를 쳤다. 국방위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우리가 핵을 보유하면 일본이 뒤따르는 등 동북아의 핵 도미노를 불러온다”고 말했다. 외통위원인 원혜영 의원은 원 원대대표 발언에 대해 “보수표를 결집시키려는 취지에서 나온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당장 힘들어도 최종적으로 한반도가 안전해지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반론을 펼쳤다.
안보·북한 전문가들 중에서는 핵보유 반대 입장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한국도 핵을 보유해 북한과 ‘공포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핵보유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현재 국제 핵 비확산·통제 체제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확산금지조약(NPT)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체제에서 핵보유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한국의 핵보유는 결국 북한 핵보유 논리를 정당화시켜주는 것밖에는 안된다”며 “동북아에서 일본·대만의 핵보유를 용인할 수밖에 없는 결과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은 한미동맹의 근간인데 이로부터 독립하겠다는 것은 결국 한미동맹이 깨진다는 걸 전제하고 봐야한다”면서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가 핵개발로 인한 유엔 안보리 제재를 받게된다면 감당하기 힘든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견해를 펼쳤다.
박영자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의 핵보유 주장과 관련한 비효율성에 주목했다.
박 위원은 “역사적으로 핵은 안보방파제 역할을 한 적이 없고 핵은 한번 만들면 관리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며 “향후 복지 등 여타 국가재정에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데 누가 책임질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박 위원은 NPT 탈퇴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의 원자력발전은 한·미 원자력협정과 NPT체제에 따른 것”이라며 “만약 우리가 NPT를 탈퇴한다면 향후 핵에너지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경로 자체가 봉쇄된다”고 논박했다.
이에 반해 한국의 핵보유·핵능력 강화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북한 핵에 맞서 존립을 지키기 위해 핵무기 보유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펼친다.
김태우 건양대 교수는 “유사시 한국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즉각적으로 핵무기를 만들어야 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면서 “통수권자가 결단하면 최단시간 내 핵공격무기를 가질 수 있도록 기반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선 무기급 우라늄·플루토늄을 가질 수 있도록 농축·재처리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은 농축·재처리를 다 하고 있는데 한국도 못할 이유가 없다”며 “한국이 핵보유 필요성을 강력히 언급하면 할수록 우리가 외교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아진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핵무장을 통한 안보와 대화의 병진론을 개진했다. 핵을 보유해 북한과 군사적 균형을 맞춰 이를 바탕으로 북한과 보다 실효성있는 대화를 논리인 셈이다.
정 실장은 “미국의 핵우산으로는 북한의 핵·재래식 무기에 대응하는데 명백한 한계가 있다”며 “한국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남북한 간에 군사적
[신헌철 기자 / 김성훈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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