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완강하게 고수했던 북한 비핵화 우선 원칙에 ‘한반도 평화협정과 병행논의 가능’이라는 대화지향적 옵션을 장착했음을 3일(현시시간) 확인했다.
이날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비핵화 또는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미국 정부의 입장이 바뀌었느냐’는 계속된 질문에 “내가 분명하게 정리하겠다”며 “비핵화가 최우선 목표인 것은 변함이 없고, 비핵화 협상은 평화협정 논의와 병행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국이 기존의 비타협적인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원칙에서 대화 쪽으로 한 걸음 옮긴 것은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악화된 국내 여론과 함께 부쩍 강력해진 중국의 대미압박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은 ‘비핵화’라는 최종목표를 위해서는 ‘대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 결의 채택과 한국·미국·일본·EU 등의 양자제재를 통해 북한에 혹독한 압박을 가하더라도 비핵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협상테이블에 앉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3일자 사설에서 “더 강한 대북제재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30년에 가까운 북한의 핵 위협을 끝낼 수 없다”며 “어느 시점에 가서는 대화를 재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4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미국도 북핵정책 전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며 “대북제재와 강압전략을 취하더라도 한반도 불안적 국면을 대비해서 대화로 가야하는데 이러한 정황 속에서 방향전환이 이뤄진듯 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달 미·중 간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국이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의 병행 논의에 대해 여지를 열기로 어느 정도 합의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정부가 쉽게 이같은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미 양자협의가 아닌 6자회담 틀 내에서 비핵화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이 북한과 해법을 달리하는 지점이다. 미국은 한국·일본 등 동맹의 이해관계를 감안해 6자회담을 통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를 반영하기 위해서라도 6자회담 틀이 유용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화 불가피론에 근거해 미국 국무부가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논의를 병행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과정에 적극 협조한 중국을 배려하는 ‘제스처’로도 해석할 수 있다. 대북제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중국의 협력이 절실할 뿐만 아니라 향후 비핵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도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 수단이 ‘압박’이든 ‘대화’든 간에 중국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한국 외교당국에서는 이같은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는’ 북한 때문에 현재로선 크게 의미를 두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커비 대변인의 발언을 전체적으로 해석해보면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미국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중요한 것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히며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는 것인데 정작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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