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법인세 인상 논란에 불을 붙였다.
매일경제가 5일 여야 재벌공약을 분석한 결과 더민주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MB정부 이전 수준인 25%로 끌어올리고, 사내유보금 과세를 강화해 공약 재원 등으로 쓰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정의당도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환원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재 경제 상태를 잘못 진단한 결과”라며 “무분별한 대기업 때리기”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도 세제 인상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20대 국회에서 법인세 인상 쟁점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한계기업 구조조정과 우량 벤처기업 인수합병(M&A) 제한 완화를 골자로 한 대기업 공약을 내놨다. 더민주가 세제 변동을 전제로 한 대폭적인 개혁을 주장하는 반면, 새누리당은 세금에는 손 대지 않고 종전 정부 정책을 조정하는 선의 처방을 내놔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기업 60% 稅 부담 호소
더민주는 법인세율을 과세 구간에 따라 2~3%포인트 올린다는 방침이다.
과세표준 2억원~500억원 이하 기업은 22%, 500억원 초과 기업은 25%로 세율을 올린다. 현재는 과세표준 2억원~200억원 이하 기업은 20%, 200억원 초과 기업에 대해서는 22%가 적용된다. 최운열 더민주 국민경제상황실장은 “이명박 정부 때 법인세 최고세율 25%를 22%로 내렸지만 기업 투자는 일어나지 않고 유보금만 축적됐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에 대해서는 명확한 공약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장병완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법인세를 조정하는 등 조세부담률을 단계적으로 올려 소요재원을 충당해야 한다”고 밝혀 더민주, 정의당 등과 보조를 맞출 뜻을 내비쳤다.
재계는 이같은 주장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경기 회복이 요원한 상태에서 세금 인상까지 단행되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위기감이 크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2000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9곳이 법인세를 평균 7%포인트 내리는 등 전 세계가 경쟁적으로 세금을 인하하고 있다”며 “가뜩이나 기업 환경이 어려운데 한국만 법인세 인상 역주행에 나서고 있다”고 꼬집었다.
2014년 세법개정 이후 각종 공제·감면조치가 폐지되면서 세금 부담을 호소하는 기업들은 크게 늘었다. 전경련이 지난해 157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증세 체감도 설문 결과 기업 10곳 중 6곳(59.9%)이 “법인세 실효세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재계 관계자는 “상위 0.1% 기업이 전체 법인세 65%를 내고 있고, 신고 대상 기업 중 절반은 세금을 내고 있지 않다”며 “세율을 올려 경기 불씨를 꺼뜨리기 보다는 세원을 확대하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법인세를 1%포인트 올리면 단기적으로 약 1만개 청년 일자리가 사라지고 장기적으로는 5만개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비판했다.
◆사내유보금 이중과세 논란
더민주는 사내유보금에 대해서는 배당수익 등에 10% 할증 과세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유보금 과세를 강화해 소득 분배 등 공약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이다.
기업들은 정상 경영을 위해 유보금은 ‘비상금’으로 남겨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개인이 평소 생활할 때 현금이 필요한 것 처럼 기업도 원재료 구입이나 대출이자, 임대료 납부 등 어느 정도 현금을 들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중과세 논란도 제기됐다. 전경련 관계자는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번 돈 가운데 법인세 등을 내고 남은 세후 순익을 기준으로 잡는다”며 “여기에 추가로 과세한다는 것은 결국 이중으로 세금을 매기겠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통상 정치권에서 사내유보금은 ‘기업 내부에 쌓아놓은 현금’으로 해석하지만 회계상 유보금은 순이익 가운데 배당하지 않고 남은 자산(이익·자본잉여금)으로 분류된다. 정확히는 현금과 유가증권·매출채권 등 각종 금융자산, 기계설비·부동산, 상품·원재료 등 재고자산까지 합친 개념이다.
문제는 유보금 전체를 현금으로 오해하는 정치인들이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내 상장사(1086곳) 사내유보금은 844조원이지만 이 가운데 각종 설비 등 이미 투자된 자산을 뺀 현금은 25%(212조원)에 불과했다.
더민주가 제시한 순환출자 해소 추진 공약에 대해서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9만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세계 어떤 나라도 순환출자 등을 통해 대기업 규제를 하지 않는다”며 “대기업끼리 서로 경쟁하게 해야 국제 경쟁력이 생기는데 순환출자를 이야기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환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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