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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여주군 남한강 이포교 전경 |
지난 2010년 경기도 여주군 이포대교 인근에서 발생한 군용 보트 전복사고에서 4명의 장병이 구명조끼를 착용하고도 숨진 것은 등만 물 위에 뜨고 코와 입은 물속에 잠기도록 잘못 제작된 ‘불량 구명조끼’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은 사고 조사 과정에서 구명조끼의 설계 결함을 알았지만, 6년간 외부에 이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내부적으로 결함을 보완한 신형 구명조끼를 제작해 각 부대에 보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따라 일각에선 당시 장병들 사망에 따른 군 수뇌부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해 일부러 사고 원인을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매일경제가 육군본부 헌병실에서 입수한 수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0년11월 한강의 이포보 인근에서 훈련 중 고무보트가 뒤집혀 숨진 제5공병여단 강 모 중대장(대위) 등 4명의 희생자들이 착용하고 있던 구명조끼의 부력이 등쪽은 55%이고, 가슴쪽은 45%로 설계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수사결과 보고서는 “급류에 휩쓸려 장병들이 의식을 잃었을 경우,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안면부(호흡기)가 수중으로 들어가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구명조끼 군사요구도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 및 개선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시했다.
당시 사고를 수사했던 군의 관계자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사망자들이 착용하고 있던 구명조끼는 등쪽 부력이 가슴쪽 부력보다 더 강했다”며 “급류에 휩쓸려 의식을 잃은 장병들이 등이 먼저 떠올라 엎드린 상태였고 코와 입이 물 속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당시 사고자들은 모두 엎드린 채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육군이 구명조끼를 이렇게 설계·제작한 이유는 도하 훈련을 할 때 엎드려 쏴 자세로 총을 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며 “전방을 보고 총을 겨눈 상태를 유지하며 전진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인데 전형적인 탁상공론식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육군의 구명조끼와 다르게 해군의 구명조끼인 카포크 자켓은 장병 생명 보호와 안전을 위해 등쪽 부력이 가슴쪽 부력의 약 3분의1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육군은 구명 조끼의 부력이 직접적 사인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육군 관계자는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물에 빠졌고 시점에 늦가을이었기 때문에 수온이 매우 낮아 저체온증도 왔다”며 “이 두가지가 복합돼 결국 익사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은 수사 결과 내부적으로 구명조끼가 사망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하고, 이후 구명조끼의 부력을 가슴이 등쪽보다 더 높도록 수정했다. 육군의 관계자는 “급류에서 의식을 잃으면 혹시 안면부의 호흡기가 수중으로 들어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며 “구명조끼 부력 기준이 원래는 등쪽이 10% 더 높았는데 그후 가슴쪽이 10% 더 높도록 개선됐다”고 말했다. 사고 전에는 등쪽이 55%이고 가슴쪽 45% 였지만 사고 후에는 등쪽을45%로, 가슴
육군 관계자는 “구명조끼가 직접적 사인은 아니었다”면서도 “사고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개선한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부력 배분이 개선된 구명조끼를 각급 부대에 보급해 내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며, 관련 예산은 약 17억4500만원이 책정됐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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