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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부산지역 의원들이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부의 신공항 건설 용역 결과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이충우 기자> |
양쪽 모두 어느 한쪽이 죽는 ‘러시안 룰렛’ 게임과 같던 상황에서 최악의 결과는 피했다는 안도감이 엿보였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밀양 유력설이 파다했던만큼 부산 지역 의원들이 특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반대로 대구, 울산, 경북, 경남 의원들이 오히려 지역 민심을 달랠 방법을 찾아야 할 상황으로 역전됐다.
◆정치권 하루종일 뒤숭숭
이날 정치권은 하루 종일 진영을 나눠 분주하게 움직였다. 부산 의원들은 발표 1시간 전부터 의원회관에 다 함께 모여 정부 발표를 기다렸다. 대구·경북(TK) 의원들도 별도로 모여 생중계를 지켜봤다. 어느 쪽이 되든 한바탕 소란을 예고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오전 밀양이 유력하다는 정체불명의 문건이 SNS를 통해 퍼지자 부산 의원들은 흥분한 표정이었다.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부산 남구갑)은 기자들과 만나 “(밀양이 되면)큰 일이 난다. 잘못하면 정계개편까지 갈 수 있다”고 금기어까지 꺼냈다.
결과 발표 후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오래 전부터 김해공항 확장이 최적의 방안이라고 주장해왔다”며 “용역 결과가 나왔으니 더 이상 갈등이 없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세연 의원(부산 금정구)은 “김해공장 확장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지역갈등 극대화를 피하면서 여러 고심끝에 내린 차선책에 대해 부산 의원들은 노고를 평가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정훈 의원은 “시민 뜻을 모아 가덕 신공항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TK 의원들은 다소 당황한 분위기였다. 내심 밀양 유치를 확신하면서 발언을 자제해온 TK 의원들은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대응책 마련을 위해 긴급히 움직였다. 야권 평가는 엇갈렸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비교적 중립적으로 결정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한 반면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갈등과 진통을 유발한 정부 책임이 매우 크다. 추후 국회 차원에서 되짚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밀양 내정설을 퍼나르며 정부를 비난하던 더민주 부산 의원들은 머쓱해졌다. 이날 오전 김영춘 더민주 의원은 “명백한 TK정권 아니냐. 그래서 보이지 않는 손 이야기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여당, PK-TK 갈등의 골 깊어져
정계개편론까지 거론될 정도로 험악했던 영남권 지역갈등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번 신공항 사태로 영남권에서 부산이 분리되는 정치지형이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동안 영남권 단결을 통해 두차례 보수 정권을 탄생시켰지만 TK에 치여 얻은 것이 없다는 불만이 점증하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의 한 의원은 “(밀양으로 결정되면) 정계개편은 시간 문제였다”며 “2020년 총선까지 몇차례 선거를 거치면 새누리당은 거의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여당의 부산 의원들이 걱정한 것은 야권이 부산을 ‘잠식’하는 수준을 넘어 ‘점령’하는 계기를 이번 신공항 사태가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부산 정치인들이 언급하는 정계개편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선 TK와 PK간 보수연합체인 새누리당의 분열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었다.
사실 두 지역은 김영삼 정권때까지도 상당한 정치적 긴장관계에 있었다. 1996년 15대 총선때는 대구 지역구 13곳 가운데 자민련이 8곳, 무소속이 3곳을 휩쓸며 사실상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을 비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신공항 사태는 정치적 명분뿐 아니라 경제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었다. 이미 지난 20대 총선에서 부산의 지역구 18곳 중 5곳을 더불어민주당이 가져가며 균열이 커지고 있는 상태다. 19대 국회때 2석에서 5석으로 야당 몫이 늘어난 것이다.
일단 정부가 부산 민심을 완전히 돌려세우는 결정은 피했지만 부산 민심이 대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는 여전히 관심사다. 현재 대선주자 가운데는 부산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등 ‘빅3’ 가 있고, 외곽에서 정계개편의 모판을 만들고 있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부산 출신이다. 이들은 고향인 부산 민심을 외면하고 대권을 꿈꿀 수 없다. 문 전 대표가 일각의 비판을 감수하고 가덕도 현장을 찾아가 부산 편을 든 것이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에 비해 김무성 안철수 두 사람은 중립적 태도를 보여왔다.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부산 민심을 다소 잃긴 했지만 여전히 여권이 대표 주자다. 그는 최근 “개헌은 내 소신”이라며 공개 발언을 재개했다. 여권에선 그가 전당대회가 끝난 뒤인 9~10월께
[신헌철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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