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난수 방송' 소리만 들으면, 특정한 책에 있는 글자들을 찾아서 조합해보라는 말 같은데 참 아리송하죠.
정말 어떤 행동을 하라는 지령일까요, 아니면 단순한 심리전일까요.
황재헌 기자입니다.
【 기자 】
난수를 활용한 독일군의 암호를 해석하려고 애쓰는 영국군 정보요원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치열했던 정보전을 다룬 영화에 등장하는 모습입니다.
이처럼 난수방송은 70년 전에도 쓰인 매우 고전적인 암호 전달 방식입니다.
때문에 인터넷과 디지털 통신기술이 발달한 요즘, 북한이 재래식인 라디오 난수방송을 재개한 건 단순히 우리 정부를 교란하려는 심리전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실제로 2011년 왕재산 간첩단 사건 수사 과정에서 북한이 최근엔 오디오 파일에 지령을 은닉하는 '스테가노그래피' 기술을 쓴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머무른 대남 고정간첩에게 과거의 방식으로 공작을 지시하는 과정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인터뷰 : 고영환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전 북한 외교관)
- "60,70년대 내려온 고정간첩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하는 것으로 저는 판단하고 있고요. 새로 나온 통신 방법엔 서투르니까."
대남 공작원 출신 한 탈북자는 MBN과의 전화통화에서 "방송을 듣고 문장을 조합하는 훈련을 수없이 했다, 남파될 때 라디오를 들고오는 것도 필수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난수 방송으로 지령을 받은 남파 공작원이 탈북 인사 암살 등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황재헌입니다 [ hwang2335@gmail.com ]
영상편집 : 이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