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미군 고위급이 잇달아 방한하고 있다.
마크 밀리 미 육군참모총장이 17일 한국을 방문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주한미군 배치 계획을 점검한다. 군 관계자는 16일 “밀리 총장이 이달 17∼19일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고 말했다. 미 육군도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밀리 총장이 한·중·일을 순방하며 한국에서는 주한미군 부대 재배치 계획과 함께 사드 배치 계획에 관한 보고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밀리 총장이 한국을 방문해 사드 배치 계획 보고를 받는 것은 미군의 사드 배치 준비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반도에 배치될 사드는 미 육군인 주한 미 8군 예하 35방공포여단이 운용하게 된다.
한·미가 지난달 8일 사드 배치 결정을 공식 발표한 이후 밀리 총장 방한 이전에도 미군 고위급 인사들의 방한이 이어졌다. 지난 2일에는 에릭 패닝 미 육군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35방공포여단의 미사일방어체계를 점검했고 지난 9∼10일에는 로버트 브라운 미 태평양사령부 육군사령관이 35방공포여단을 포함한 미 8군 부대를 순시했다. 이달 10∼11일에는 미국 미사일방어전략을 총괄하는 제임스 시링 국방부 미사일방어청장이 한국을 찾아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했다.
특히 밀리 총장은 이달 들어 한국을 찾은 미군 고위급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 일정을 마친 뒤 곧바로 중국으로 간다. 이는 사드를 둘러싸고 중국에서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미 육군 최고 책임자로서 직접 설명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특히 9월로 예정된 G20 회의(중국 항저우)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껄끄러운 현안인 사드 문제와 관련된 입장차를 조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사드 관련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주무부처 장관 단독으로는 처음으로 성주를 17일 방문해 주민 간담회를 갖는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16일“성주가 사드배치 부지로 선정된 과정도 기회가 되면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사드배치 평가표와 시뮬레이션 결과 등의 자료도 보안에 접촉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장관의 성주 방문은 지난달 15일 황교안 국무총리를 수행해 다녀온 지 한 달 만이다. 간담회에서는 사드포대 배치 부지와 관련, 기존에 발표된 성산포대에서 성주 내 다른 부지로 변경하는 방안이 거론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들이 최근 성주군 북쪽에 위치한 롯데 스카이힐 성주골프장으로 답사를 다녀와 주목된다. 일각에선 롯데가 소유하고 있는 골프장 북쪽 임야(82만㎡)가 해발 680m로 높은 데다 주변에 민가가 드물다는 이유로 사드를 배치할 ‘제3의 부지’로 거론되고 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이날 사드와 관련해 “정부는 더는 성산포대만을 고집해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제3후보지 문제를 공론화했다.
하지만 성주내 제3 지역 검토방안을 놓고 여권내 분위기는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이미 성주를 최종 배치지역으로 결정하기 이전에 이미 국방부가 성주내 다른 후보지역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여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을 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3 지역이 왜 안되는지 설명하는 것 자체가 성주 주민들에 대한 합리적 설득 과정이 될 수 있는 만큼 제3 지역에 대한 정부 입장도 진지할 수밖에 없다는 후문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성산포대가 아닌 성주내 다른 곳으로 사드 배치 지역이 바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면서도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남기현 기자 /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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