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중진 의원들이 24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며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이정현 대표에게 불만을 쏟아냈다. 특히 지난 19일 우 수석의 거취 문제를 공론화한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임명직은 국민 입장에서 하찮은 존재들”이라고 지적하며 사퇴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반면 친박계 당 대표로서 당청관계를 감안할 수 밖에 없는 이 대표는 이날 불편한 심기를 선문답 형식으로 에둘러 표출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전 당 중진연석간담회의 직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정수석과 특별감찰관은 대단한 고위 공직자이지만, 주권자인 국민 입장에서 보면 하찮은 존재”라며 “‘나는 임명직이니 임명권자에게만 잘 보이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교만”이라고 비판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거취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동시에 우 수석의 사퇴론을 또 한번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어 “최근 주변에서 ‘민정수석이 그렇게 센 사람이냐’, ‘특별감찰관이 그렇게 대단한 자리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이 두 사람이 대한민국 법치를 무너뜨리고 있다. 국민이 주권자임을 헌법에 규정한 대한민국에서는 국민이 무겁고 공직자는 가볍다”고 강조했다.
우 수석 거취 문제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지적은 간담회에서 재차 터져나왔다. 주호영 의원은 “이기고도 지는 싸움이 있고, 지고도 이기는 싸움이 있다”며 “우 수석 문제는 이기고도 지는 게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당정청이 협력해야 할 때도 있고, 목소리를 내야 할 일이 있다. 지도부는 그런 점을 심각하게 재고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비박계 나경원 의원 또한 “당이 질서 있게 움직이는 것이 참 좋을 수도 있다”면서도 “당이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당이 시끌시끌하고 여러 의견이 나오는 것 또한 당이 해야 할 역할이자 당에 필요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이 대표는 심각한 표정으로 간담회 내내 중진 의원들의 비판을 들었다. 특히 우 수석 사퇴론을 재강조한 정 원내대표와는 시선을 잘 마주치지 않는 어색한 모습을 보였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최고위원회의 일원으로서 민감한 사안에 대해 개인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놓는 것은 최고위를 어색하게 만들 수 밖에 없지 않느냐”라고 설명했다.
중진 의원들의 발언을 모두 들은 이 대표는 마이크를 다시 잡고 선문답에 가까운 대답을 내놨다. 그는 “당 대표로서 당신이 쓴소리를 하냐, 얘기를 제대로 하냐고 말하지만 저는 이렇게 말씀드린다”고 운을 뗀 뒤 “벼가 익고, 과일이 익는 것은 보이는 해와 구름, 보이는 비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이는 해와 구름, 비도 있어야 하지만 때로는 보이지 않는 바람도 있다”며 “바람은 늘상 보이지는 않지만 늘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 올린다”라고 불쾌감을 완곡하게 드러냈다. 비박계 중진들의 비판에 이 대표 자신도 나름대로의 고민 후 행동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으로 읽힌다.
이 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현안에 대한 대표의 입장을)그때 그때 듣고 싶은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지만 여러 입장 중
[김명환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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