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이 3일로 예정됐던 호주 출국 일정을 취소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갈등이 장기화될 지 주목된다.
정 의장은 지난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박근혜 대통령,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과 조우했다. 정 의장은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적으로 잘못한 게 있으면 책임지겠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외국 순방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3일 개천절 행사를 마친 뒤 믹타(MIKTA) 회의 참석을 위해 호주로 출국할 예정이었다. 갈등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출국할 경우 부담이 큰 만큼 정 의장이 출국 전 사태가 봉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정 의장이 출국 취소를 시사하면서 갈등의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군의날 행사에서 박 대통령은 정 의장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많이 힘드시겠다”는 인사말을 건넸고, 정 원내대표는 “송구하다. 잘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박 대통령은 정 의장과는 악수도 하지 않은 채 “국회가 잘 좀 해달라”고 말만 건넸고, 정 의장은 “예, 그래야죠”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을 향한 새누리당의 불만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대표 단식이 진행된 지난 달 30일 정 의장 SNS 계정에 ‘짜장면 인증샷’이 올라온 데 대해 정 원내대표가 정 의장을 향해 “많이 드시라”며 ‘가시돋힌’ 인사를 건넨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 의장과 여당 지도부가 일단 얼굴을 맞댔고, 이 대표 건강이 악화될수록 서로의 부담이 커지는 만큼 조만간 대화가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 등 ‘대권 잠룡’들을 중심으로 투쟁과 국감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달 29일 나경원·유승민·정병국·주호영 의원 등 새누리당 핵심 비주류 의원들과 모여 빠른 국회 정상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유 의원 역시 지난 달 30일 “당 대표가 단식하고 있지만 전체 의원들은 다음 주에 국정감사를 시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과 국민의당은 새누리당의 조속한 국회 복귀를 촉구했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2일 이 대표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정 마비가 됐으니 서로 물꼬를 트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회를 정상화시켜서 논의하지 못할 게 뭐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이정현 대표의 명분없는 단식에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병원으로 후송시켜야 한다”며 “정상화하지 않으면 20대 국회도 국민들로부터 버림받는다”고 밝혔다.
다만 국회의장 중립성 강화 방안에 대해서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박 비대위원장은 “정 의장께서 ‘3당 원내대표가 합의해오면 뭐든지 수용하겠다’고 말했다”며 새누리당이 제시한 국회법 개정안 카드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추미애 대
[정석환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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