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이 가리지 않고 자주 찾는 여의도의 한 유명 한정식 음식점. 이 음식점은 원래 들어서려면 반드시 벽 정중앙에 걸린 박근혜 대통령의 친필 사인 액자를 마주해야만 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이 액자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박 대통령의 인기가 뚝 떨어지자 매출에 방해가 될거라 생각한 사장이 때버린 것이다. 이 음식점 종업원은 8일 “일단 나도 그 사인이 보기 싫지만 손님들도 별로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특히 한정식 집은 김영란법으로 많이 어려운 처지인데 손님들 눈치를 더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로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성토가 이어지자 정치 현안에 가장 민감한 여의도 인근 식당들에서 박 대통령의 친필 사인들이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다. 성난 민심이 음식점 인테리어까지 바꾸고 있는 것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요새 여의도 식당들이 박 대통령 친필 사인을 다 내리고 있다”며 “여의도 이곳저곳 음식점을 자주 가는데 정말 민심이 돌아선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국회의사당 인근 한 일식집 사장은 “요샌 손님들이 식사하실 때 최순실 얘기밖엔 안 하는데 박 대통령 사인을 출입구에 걸어두기가 좀 민망하다”며 “우리집은 국회 사람들도 많이 오지만 근처 회사원들도 많아 괜히 이 분들 비위를 건드릴 필요가 없어 사인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최순실 이전만 해도 현직 대통령의 사인이 걸려 있으면 손님들이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맛집이니 대통령도 왔다갔구나’라고 생
여의도역 근처 한 직장인은 “벽면에 국정을 농단한 당사자인 현 대통령 사진이 붙어있는 걸 보자니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며 “주인에게 한 소리하니 몇 일 후엔 사진이 내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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