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다음 4년을 이끌게 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캠페인 기간 동안 외교·안보에 대해 정리된 구상을 내놓지 않았다. ‘미지의’ 인물인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의 새 주인으로 결정되면서 한국 정부 안팎에서는 그가 대선 전에 했던 관련 발언들을 ‘조각 맞추기’ 하든 조합하며 그가 취임 후 내놓을 대외정책들을 전망하고 있다. 이에 매일경제신문은 트럼프 당선인 자신의 발언과 그의 외교·안보 자문역들의 기고와 언급, 국내 싱크탱크의 정책전망 등을 종합 분석해 3개의 열쇳말로 정리했다.
◆공정한 분담(Fair share)
일단 가장 확실하게 예상되는 부분은 트럼프 당선인이 정부 출범 직후 한국을 비롯한 미군 주둔국가에 대폭 인상된 방위비 분담금 명세서를 내밀 것이라는 점이다. 그는 세계 11위·3위에 해당하는 경제대국인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보다 ‘공정한’ 방위비 분담(Fair share)을 실현하겠다고 주장해 표심을 모았다. 이 문제는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에서는 ‘대표 공약’ 중 하나인 셈이다. 트럼프가 더 많은 분담을 요구한 것은 그대로 한·일에는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당선인 측 정책자문 역할을 맡고 있는 알렉산더 그레이와 피터 나바로는 대선 직전인 7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안보 전문매체인 ‘포린 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의 납세자들이 파멸적 전쟁을 겪은 두 나라를 재건했을 뿐 아니라, 미국의 돈과 피 덕분에 이들 두 동맹이 지난 반세기에 걸쳐 성숙한 민주주의와 선진 경제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트럼프는 서울과 도쿄가 미군의 자국 주둔을 지원하는 추가적인 방법을 두 나라 정부와 단도직입적이고, 실용적이며 정중하게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감한 대북접근(Bold Approach)
정치인이 아닌 최고경영자 출신인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노련한 워싱턴의 대북 협상가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성의를 대화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버락 오바마 정부와는 달리 비용기반(Cost-based)적 시각에서 북한·북핵 문제에 접근한다면 보다 대담한 접근법을 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더구나 그는 지난 6월 “김정은이 미국에 온다면 만나겠다”고 직접대화 가능성도 강하게 시사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에서는 북한과의 양자 혹은 다자(6자회담 등)의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에 다가서는 과정에서 비용이 수반되지 않고 북한이 가장 간절하게 원하는 체제보장 문제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에 있어 보다 유연한 자세를 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1일 켄 가우스 미국해군연구소장은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대화’에 무게를 두는 관여(Engage) 정책을 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가우스 소장은 “선제공격이 가지고 올 악효과와 강도 높은 제재는 중국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다”며 ‘관여’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도 10일 내놓은 관련 정책보고서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일반 상식을 뛰어넘는 리더십 스타일로 봐서는 북미현안에 대한 대타협의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보고서에서 연구소 측은 “트럼프는 현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정책의 실패를 답습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국익이 심각하게 위협받지 않는 한 북한 선제공격이나 붕괴정책에 적극 동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변수는 트럼프 당선인을 둘러싸고 있는 공화당 출신 ‘매파’ 외교·안보 분야 인사들이다. 특히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이나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워싱턴 정가에서 대북 선제공격론을 펼치는 등 대표적 강경파 인사들인 점을 감안하면 이 분야의 식견이 얕은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과의 대화 실패 후 초강경 카드를 꺼낼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으로의 회귀(Pivot to America)
트럼프 당선인은 어떤 경우에도 국내 경제를 희생하는 방식의 대외 정책을 시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결정은 이번 대선을 관통한 그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 재선가도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가 취했던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정책은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의 회귀’ 정책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이미 트럼프 당선인은 통상문제와 관련해 자유무역협정(FTA)를 백안시하는 등 고립주의적 견해를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취임 후 중국이나 북한에 대해서도 이처럼 아시아의 안보 문제를 아시아 각국이 전면에 나서 푸는 방식을 선호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6월 CNN방송에 출연해 “중국은 북한에 대한 통제
[김성훈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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