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최대 회원사인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이 앞으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일부 재벌 기업이 탈퇴 의사를 밝히면서 전경련에 대한 해체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 부회장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특위) 1차 청문회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 대한 특위 위원들의 질의가 이어지자 “전경련 자체에 대해서는 뭐라 말씀드릴 자격이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삼성이 전경련 해체에 앞장서겠느냐. 앞으로 전경련 기부금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하라”고 재촉하자 이 부회장은 “그러겠다”고 답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이런 답변을 두고 삼성이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삼성은 전경련 회원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연간 회비도 가장 많이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탈퇴하면 전경련 위상은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1위 기업인 삼성이 탈퇴한 전경련은 재계 전체를 대변한다는 의미가 상당히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경련 연간 운영 예산은 400억원 정도이며 삼성을 포함한 5대 그룹이 내는 회비가 약 200억원이다.
전경련은 기부금을 내지 않겠다는 이 부회장 발언이 미르·K스포츠와 같은 재단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탈퇴 의사는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전경련은 그동안 산업화 초기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지만, ‘정경 유착’ 논란에 휩싸이면서 기업들로부터도 개편 요구가 나오는 상황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이날 청문회에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경련 탈퇴 의사를 묻자 “의사는 있다”고 답했다.
그룹 총수들은 전경련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의식한 듯 “전경련 해체를 반대하면 손을 들어달라”는 안 의원의 요구에 한동안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안 의원이 재차 묻자 결국 총수 9명 가운데 신동빈, 구본무, 김승연, 정몽구, 조양호 회장 등 5명이 손을 들었다.
구본무 회장은 “전경련은 헤리티지 단체처럼 운영하고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며 전경련 해체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전경련은 지난 2011년에도 미국 헤리티지재단과 같은 싱크탱크로 만들어야 한다는 정치권의 개편 요구에 헤리티지재단 모델을 연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허창수 GS그룹 회장 및 전경련 회장은 전경련 해체 요구와 관련해 “불미스러운 일에 관여됐다는 점을 송구스럽
하지만 해체를 검토하겠느냐는 질문에 허 회장은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청문회에서 나온 의견과 회원사 생각을 반영해 개편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박소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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