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누리꾼 "일부러 어눌한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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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사진=연합뉴스 |
6일 열린 국회 최순실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큰 관심이 쏠렸습니다.
실제 국조특위 위원들의 질문도 이 부회장에게 집중됐고, 세간의 시선도 이 부회장에게 몰렸습니다.
이는 삼성물산[028260]-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로비 의혹,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 지원 의혹 등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삼성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이자 한국의 대표적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의 총수(오너)이면서도 사실상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이재용 부회장이 처음으로 장시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자리라는 점도 작용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6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대국민 사과를 한 적이 있지만 이날 청문회처럼 오랜 시간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또박또박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날 이 부회장은 '최순실을 처음 안 시점이 언제냐', '정유라에게 승마 지원금 37억 원을 주기로 결정한 사람은 누구냐' 등의 질문에 대해 "잘 모른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답변했습니다.
또 의원들의 날선 추궁이 이어질 때면 "저희가 부족한 점이 많았다", "앞으로 좋은 기업이 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겠다" 등의 다소 동떨어진 대답으로 즉답을 피했습니다.
전형적인 재벌들의 청문회 답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입니다.
이런 답변 태도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선 '일류 기업 삼성전자의 오너로서 너무 무능한 것 아니냐', '답변이 너무 어눌하다' '박근혜(대통령)나 이재용(부회장)이나 써준 원고 없이는 대답도 못 하고 버벅거린다' 같은 의견이 나왔습니다.
특위위원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를 두고 "별명 하나를 주겠다. '돌려막기 재용', 그것도 '사진선다형 돌려막기 재용'"이라고 비꼬았다. '모르겠다', '기억 안 난다', '제가 부족하다', '앞으로 잘하겠다' 등 네 개 답변을 번갈아가며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반면 다른 네티즌들은 '이재용이 머리 나빠 저러는 것 같으냐. 정말 모르는 척 연기하는 것', '어리바리하다고 뭐라고들 하는데, 정황상 저렇게 한 수 접고 가는 게 참 현명한 것', '집에 갈 땐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의 (주인공) 카이저 소제마냥 가겠지'라고 해석하기도 했스니다.
이 부회장은 이날 대부분의 민감한 질문들에 대해서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을 내놓거나 "제가 사전에 보고받지 않았다", "잘 모르겠다" 등의 답변을 내놔 의혹을 말끔히 씻어주지는 못했습니다.
특히 범죄 혐의와 연관될 수 있는 대목에 대해서는 "제가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하며 피해갔습니다.
또 최순실 소유의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37억원을 지원한 과정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면서도 구체적인 사정에 대해서는 "검찰·특검 수사에서 소상히 사실이 규명될 것"이라고만 답했습니다.
아울러 "검찰 수사와 특검 수사를 통해 (나중에) 소상히 밝혀질 것"이라거나 "나중에 조사가 끝나면 절 포함해 조직 누구든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차후의 과제로 미뤘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다소 어눌하거나 답답해 보이기는 했지만 이 부회장으로선 이를 통해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피해간 셈입니다.
이 부회장은 그런 와중에도 로비 의혹의 한복판에 있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대해서는 '해체하라'는 의원들의 요구가 잇따르자 "그러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이 부회장은 특위위원인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이 다그치자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로 "조심스럽지만 국민 여러분에게 이렇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삼성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를 재확인하자 "(해체를) 하겠습니다. 국민이 다 보고 계신 거로 알고 있습니다"라며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또 전경련 탈퇴 문제에 대해서도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삼성이 전경련에서 탈퇴하겠다고 약속하라'고 요구하자 "그러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앞서 이 부회장은 "더 이상 개인적으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 기부금을 내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이 부회장의 미전실 해체나 전경련 탈퇴 발언은 사전에 준비된 각본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부회장이 즉석에서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다는 뜻입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