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친박 핵심의 거취와 관련해 "종양은 뿌리를 없애야 다시 번지지 않고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당무 복귀 후 기자간담회에서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탈당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내가 서투른 의사지만 진단해보니 새누리당은 악성종양으로 죽게 생겼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도 특정인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으나 "친박 8적은 누군지도 모르지만 (종양의)핵만 제거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인적청산의 타깃이 친박계 맏형격인 서 의원과 좌장격인 최 의원 두 사람이라는 점이 명백해졌다. 이들을 '핀셋'으로 뽑아내는 일이 당 개혁의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전날 탈당한 이정현 전 대표에 대해선 "별로 머리 속에 없던 분인데 당의 활로를 열어줬다"며 핵심 타깃이 아니었다는 점을 에둘러 밝혔다.
인적청산의 '전선(戰線)'을 더 확대하지 않음으로써 친박계 다수의 동요를 막되 상징성은 높이려는 고도의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인 위원장은 전날 서 의원이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친전을 보내 자신의 행보를 '독선'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인간 인명진에 대한 무례"라면서 "한두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스스로 결정해 책임지라는 게 독선이냐"라고 맞받았다. 이어 "(서 의원이)임금님인가. 자기가 얘기하면 다 들으라는 것이냐"며 "그래서 당이 이 지경이 된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인적청산의 불가피성도 조목조목 강조했다. 인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는데 그 정도 책임지는 염치는 있어야 한다"며 "일본 같으면 할복한다"고 말했다. 또 친박 핵심들이 이미 2선후퇴를 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2선후퇴를 한 사람들이 왜 계파모임을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순실을 몰랐다'는 주장에 대해선 "이 나라를 이렇게 만든 게 죄"라고 일축했다.
개혁보수신당으로 떨어져나간 비박계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내놨다. 그는 "내가 비박에게 당을 바칠거라는 음모론도 있더라"면서 "과거를 책임지지 않는 당은 정통보수를 대변하지 못한다. 저 당도 빨리 뼈아픈 인적청산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박계는)똥을 잔뜩 싸놓고 도망갔다"며 "그에 비하면 똥 옆에서 내가 싸지 않았다고 하는 친박은 순진한 것"이라고도 했다. 또 "신당은 금수저들"이라며 "아버지 덕에 부자된 사람들이 서민보수라면 믿겠는가"라고 꼬집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영입 계획에 대해선 "반기문을 놓고 침흘린다는 건 오보"라며 "사람만 보고 따라다니다 이렇게 됐다. (새누리당에)온다고 해도 정체성을 검증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우리 당의 협력을 받지 않고는 아무도 대통령이 안된다"며 "우리보고 대선후보를 못내는 불임 정당이라는데 인공수정도, 양자도,
하지만 서청원 의원은 이날도 "약속을 어긴 인 위원장이 먼저 사퇴해야 한다"며 탈당을 거부했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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