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비선실세' 사건의 핵심 피고인 최순실 씨(61·구속기소)와 안종범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48·구속기소)이 처음으로 나란히 법정에 섰다. 지난달 19일 1차 공판준비기일에 이어 모습을 드러낸 최씨는 이날도 카메라가 철수한 후에야 고개를 들었다. 변호인과 귓속말을 나누면서 적극적으로 재판에 임하는 모습도 보였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 774억원을 16개 대기업에서 강제로 모금한 혐의(직권남용·강요) 등으로 기소된 최씨 등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의 공소사실과 최씨 등의 입장을 듣고, 재단 모금 혐의 관련 주요 증거를 조사했다. 최씨 등은 주요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차례대로 법정에 들어서 각자의 변호인 왼편에 앉은 뒤 한동안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재판부는 첫 정식 재판인 점과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피고인 입장 및 착석 모습만 예외적으로 법정 내 촬영을 허용했다.
최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있다가 촬영이 멎자 그제서야 고개를 들었다. 재판 과정에서는 중간중간 자신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68·사법연수원 4기)와 귓속말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특히 검찰 측이 자신의 공소사실을 설명을 듣던 중 입을 가리고 이 변호사에게 짧은 말을 건넸고, 이 변호사는 달래는 듯 미소를 띄고 손짓을 하기도 했다.
최씨측은 이날 "딸마저 어미의 잘못으로 새해 벽두부터 덴마크에 구금돼 어떤 운명에 처해질지 모르는 험난한 지경에 놓였다"며 "이를 감수하고 법정에서 공정하고 엄정한 재판을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일(현지시각) 딸 정유라 씨(21)가 덴마크 에서 체포 및 구금된데 따른 것이다.
검찰 측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이전 공판준비기일과 마찬가지로 "박 대통령, 안 전 수석과 3자 공모한 적이 없고, 미르·K스포츠재단의 출연금 모금에 관여하거나, 재단에서 금전적 이익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은 비교적 담담한 모습으로 정면을 응시하거나 이따금 방청석을 돌아보기도 했다. 안 전 수석은 최씨 측과 공모한 혐의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는 "문화 융성과 체육 발전을 위해 재단을 설립하는 것으로 알았을 뿐"이라며 "사적 이익을 취하려 했던 사람들과는 법적 평가에서 명백히 구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 측이 대통령 문건이 담긴 태블릿PC의 증거능력을 부인한 것과 관련해 이날 김한수 전 청와대 뉴미디어실 행정관 등의 검찰 진술조서를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김 전 행정관은 검찰 조사에서 "태블릿PC를 개통해 최씨에게 제공했고
2차 기일은 오는 11일 열리며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58)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 부회장은 안 전 수석으로에게서 재단 모금 지시를 받고, 재단 설립에도 관여했다.
[정주원 기자 /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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