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관련 질문 안받겠다" 문재인, 견제 대신 무시전략

↑ 문재인 전 대표가 12일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스퀘어에서 열린 한-중 한류콘텐츠 산업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 지도부가 1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귀국에 맞춰 총공세 퍼붓고는 검증 시험대에 올리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야권 대선주자들도 이날 반 전 총장을 향해 집중 견제구를 날렸다. 다면 야권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반 전 총장에 대한 언급을 아예 하지 않으면서 무시전략을 구사하며 다른 야권 잠룡들과 차별화된 반응을 보였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스퀘어에서 열린 한중 한류콘텐츠산업현장 간담회에서 반 전 총장의 귀국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질문 안 받겠습니다"라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동행한 문 전 대표측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나중에 따로 말씀하실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하자, 이를 들은 문 전 대표는 웃으면서 "나중에도 말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의 행보를 계속 지켜보겠다는 것인가"라는 질문도 나왔지만 문 전 대표는 여기에 답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
앞서 지난 11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을 평가해달란 질문에 "검증과 인적 구성을 마친 내가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는 점에서 더 적임자"라면서도 직접적인 평가를 삼갔다. "반 전 총장이 새누리당 또는 제3지대와 손잡으면 박근혜 정권의 연장"이라고 밝힌 게 유일한 견제성 발언이었다.
당 안팎에서는 문 전 대표가 당분간 반 전 총장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계획대로 대권행보를 이어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지나친 공세는 오히려 문재인·반기문의 양자구도를 만들어줄 수 있어 무시 전략으로 가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문 전 대표의 이런 무대응과 달리 이날 야권 지도부와 나머지 야권 잠룡들 사이에선 반 전 총장에 대한 경계성 발언이 쏟아졌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선 출마는 존경받는 지도자로 남는 길이기보다는 정쟁에 뛰어들어서 오히려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다"며 불출마해서 명예를 지키라는 취지로 요청했다. 우 대표는 이어 "반 전 총장이 정치권에 뛰어들어오고 민주당의 정반대편에 서겠다면 상대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하고 싶다"며 본격적인 검증 공세를 예고했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반기문 전 총장에 대해 ) 저도 알고 있는 의혹이 몇 가지 있다"며 "혹독한 검증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명을 해도 국민이 납득하지 않으면 검찰수사를 의뢰해서라도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어 "(반 전 총장이) 지나치게 이명박 전 대통령(MB) 측 인사로 둘러싸여 있다"며 "실패한 정권의 인사로 둘러싸여 있으면 같이 실패한 사람으로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야권 대선 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UN사무총장의 선출직 참여 금지조항에 따라) 반 전 총장은 이미 대통령 출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UN사무총장의 중립적 임무수행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반 전 총장을 두고 "세계 평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어떤 공헌을 했나"라고 되묻고는 한일 위한부 합의에 대해 '굉장히 용기있는 결정'이라는 반 전 총장의 발언에 대해 "영혼없는 외교를 한 분이 아닌가 의심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 에서 "(반 전 총장이) 정치를 하시겠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없다"며 "어떤 정치를 하겠다고 그 방향에 대해, 예를들면 재벌 위한 정치할 건지, 서민 위한 정치할 건지 그 얘기도 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하겠다는 말씀을 한 적이 없는 분인데 모든 판단은 그 다음에 해야지 지금 할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새누리당은 반 총장에 대한 상당한 기대감을 보였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반 전 총장을 향해 "대한민국 국민의 자랑이자 국가 자산임을 잊지말고 조국을 위해 품격과 수준 다른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에서 분당한 정병국 바른정당 창당준비위원장은 "(반 전 총장이) 분명한 자기 철학과 비전을 제시해야 하며 의혹에 대해서도 남김 없이 해명하고 국민들에게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바른정당 대권 잠룡인 유승민 의원은 "대선에 출마하시겠다면 보수인지, 진보인지 비전과 정책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어 "안보는 정통보수의 길을 가되, 경제나 교육, 노동, 복지 등은 굉장히 개혁적인 길로 가는 길에 동의하신다면 바른정당을 선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그분이 합류하신다면 당연히 공정한 경선을 치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표 지지율은 오차범위밖에서 반 전 총장을 앞서며 1위를 유지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9~11일 전국의 15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전 대표의 지지도는 지난 주말보다 1.1%포인트 상승한 27.9%를 기록했다. 반 전 총장 지지율은 20.3%로 2위를 유지했고, 이재명 성남시장(11.3%),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7.1%), 안희정 충남지사(5.2%), 박원순 서울시장(4.3%) 등 순이다. 이번 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강계만 기자 / 오수현 기자 / 김효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