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세론'이 힘을 얻는 모습이다. 정치 중심지인 서여의도에선 '이대문'(이대로 가면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말까지 회자된다.
하지만 문 전 대표 앞에 놓인 변수는 여전히 존재한다. 우선 1차 관문인 민주당 경선에서 반(反)문재인표가 결집할 가능성이다. 경선은 문재인·안희정·이재명의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인데, 완전국민경선제로 실시되는 이번 경선에선 1위 득표자가 과반을 넘지 못할 경우 2위 투표자와 결선투표를 치르게 된다.
현재 2위 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는 점에서 박빙 승부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1일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직후 매일경제·MBN이 리얼미터와 공동 실시한 긴급여론조사에서 안 지사는 11.2%로 문 전 대표(25.4%)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권 교체의 위기감을 느끼는 보수파 유권자들이 이번 경선에서 대대적인 역선택 투표를 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런 역선택 보수 유권자가 경선 선거인단의 5% 정도만 차지해도 경선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선거인단은 전화, 인터넷, 현장서류를 통해 신청을 받는데, 완전국민경선제인 만큼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다. 마음 먹고 역선택 하려고 경선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을 배제할 방법은 없는 셈이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의 탈당 가능성도 변수 중 하나로 거론된다. 대표적인 내각제 개헌론자인 김 전 대표는 차기 대통령은 내각제 개헌을 준비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따라서 김 전 대표가 문 전 대표가 내각제 개헌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명분 삼아 탈당해 개헌을 매개로 '반문'(反文) 빅텐트를 칠 가능성이 있다. 김 전 대표의 한 측근은 "김 전 대표가 직접 출마할 경우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줄인 뒤 임기 내 개헌하고 미련없이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재 정치권에선 민주당 내 친문계를 제외하곤 민주당 비주류와 새누리당·바른정당·국민의당 모두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 결국 김 전 대표가 내건 개헌 빅텐트 아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정운찬 전 국무총리,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등 반문 진영이 모일 경우 문 전 대표와 겨뤄볼 만 하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보수진영의 단일화 여부도 문 전 대표가 경계해야 할 변수 중 하나다. 현재 보수진영 주자로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꼽힌다. 전날 매일경제 긴급여론조사에서 황 권한대행(10.5%)과 유 의원(4.9%)의 지지율을 합치면 15%를 웃돈다. 2000년대 들어 실시된 역대 대선에서 보수후보의 득표율이 최소 45%를 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수후보가 단일화할 경우 예상보다 파괴력이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개헌 빅텐트이든, 보수후보 단일화든 보수 진영 입장에선 문 전 대표와 양자대결 구도를 만드는 게 핵심"이라며 "박근혜정권 실패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유승민 의원으로 단일화해 양자대결로 대선이 진행되면 해볼 만한 승부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보수진영과 개헌파들이 어떤 전략을 구상하더라도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을 꺾기 힘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아직까진 우세하다. 당 경선의 경우 결집력이 약한 보수유권자들이 민주당 경선에 대거 참여해 유의미한 역선택 흐름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고, 모바일 투표가 도입된 만큼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의 결속력이 역선택을 노리는 보수유권자들을 압도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또 다른 변수인 개헌 빅텐트가 힘을 내려면 안철수 전 대표가 김종인 전 대표와 손을 잡아야 하는데 "이번엔 무조건 출마한다"는 의지가 강한 안 전 대표가 대통령 후보 자리를 김 전 대표에게 넘기긴 쉽지 않아 보인다. 보수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문재인 대 보수후보 간 양자대결로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낮다. 손학규 의장, 안철수 전 대표가 출마 의지가 강한 만큼 이번 대선은 다자구도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4~5명의 후보가 출마하는 다자구도가 되면 문 전 대표가 40%대 득표율을 기록하고, 나머지 후
이런 가운데 문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은 이날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문 전 대표와 함께 정권교체에 헌신하기로 했다"며 전 전 감사원장의 문 전 대선캠프 합류 사실을 전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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