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우방으로 분류되는 말레이시아가 김정남 암살사건으로 인해 대북 단교카드를 만지작거릴 정도로 냉랭하게 식어가고 있다. 현지 국제공항에서 공공연히 암살이 벌어진 이후 말레이 수사당국이 현지법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북한이 법규와 외교관행을 무시하며 '막무가내'식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말레이시아와 정부와 북한 대사관은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 연달아 기자회견을 개최하며 서로를 비난하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지난 17일 말레이시아 정부가 김정남 시신 인도 우선권이 유가족에게 있음을 밝힌 뒤부터 양국 관계는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다.
같은날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는 한밤 중 '생떼' 기자회견을 열어 말레이시아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말레이시아의 수사가 "기초적인 국제법과 영사법을 무시하는 행위로 인권 침해이며 우리 시민에 대한 법적 권리의 제한"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말레이시아가 북한의 적대적 세력과 결탁했다는 근거 없는 발언까지 했다.
19일 말레이 경찰은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의 신원을 밝혔다. 그 이튿날 강철 대사는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맞섰고, 22일 말레이 경찰청장이 직접 나서 김정남 암살 북대사관 배후설을 암시하는 상황까지 왔다.
김정남의 부검과 시신 인도 등을 놓고 강력하게 충돌한 양국은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가며 대립하면서 외교관계 단절 가능성마저 흘러나온다.
1980년대에 중국주재 대사를 지낸 30년 경력 말레이 전직 외교관 나두 단디스는 말레이 중문매체 성주일보(星洲日報) 기고문에서 북한과 말레이 수교관계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립국
말레이시아는 1973년 북한과 국교를 수립했다. 북한 핵도발 등 동북아 지역에 위기감이 커졌을 때 미국과 북한 간의 트랙2(민간채널 접촉) 창구 역할을 하기도 했다.
[쿠알라룸푸르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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