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과 결별하고, 창당한지 24일로 꼭 한달이 된다. 원내 의석수 32석을 확보해 제4교섭단체를 꾸렸지만 바른정당의 현주소는 지도부 교체론이 나올 정도로 초라하다.
리얼미터가 23일 발표한 주중 조사(상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바른정당 지지율은 6.3%로 민주당(45.4%), 자유한국당(13.4%), 국민의당(12.2%) 등에 크게 뒤쳐진다. 창당 전 보수신당 지지율이 지난해 12월 4주차 조사에서 17.3%를 기록했던 것을 상기하면 '급전직하'다.
바른정당 지지율 하락은 당내 대선후보들의 지지율 정체에도 상호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지율 하락에 대해 바른정당 고위 관계자는 "한국당과도 싸우고, 야당과도 싸워야 하는 이중고가 있다"며 사실상 '정체성 함정'에 빠져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새누리당과 보수 적통을 놓고 경쟁하는 한편 야당과도 차별화가 필요하다보니 유권자들에게 바른정당의 정체성을 뚜렷이 각인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이날 "바른 보수, 중도, 합리적 진보까지 묶어내는 비전을 바른정당이 보여야 한다"며 "태풍의 길목에서 민심의 흐름과 함께하면 하늘을 날 수 있고, 맞서는 방향으로 가면 산산조각날 것"이고 주장했다. 눈 앞의 보수 표를 의식하지 말고 정체성의 스펙트럼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바른정당 다수의 생각은 보수 표를 놓쳐선 안된다는 데 있는 것 같다.
당내에선 소속 의원 32명의 선수가 94선에 달하다보니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고, 구심력보다는 원심력이 더 세다는 자조도 나온다. 당내 요직을 놓고 의원들끼리 고성이 오갈 정도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당 조직화 속도도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에도 더딘 상황이다. 바른정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한달간 당원은 약 3만명을 확보했다고 한다.
지역 민심을 모으는 구심점이 되는 시도당 사무실은 대구 외에는 아직 갖춰지지 못한 상태다. 자유한국당 책임당원(당
심지어 '디지털 정당'을 내세운 것이 무색하게 온라인 홍보에서도 다른 정당에 뒤진다. 바른정당의 페이스북 '좋아요'는 겨우 6000명 수준으로 민주당(7만7000여명), 한국당(2만8000여명), 국민의당(9300여명)에 크게 못미쳤다.
[신헌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