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임박한 가운데 유력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승기 굳히기에 나섰다. 문 전 대표는 비상경제대책단을 구성하고, 350여개의 정책과제가 담긴 책자를 발간하면서 경선 링에서 빠져나와 본선 무대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어느 정도 경선 승기를 잡았다는 판단 하에 당내 후보들간 공방에서 벗어나 유력 대권주자다운 진중한 행보를 펼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맞서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날 ‘대통령 임기 단축' 카드를 수용하면서 문 전 대표와 차별화를 통해 경선판 흔들기에 나섰다.
문 전 대표 측 경선캠프인 '더문캠'은 지난달 28일 비상경제대책단을 구성하고 내주부터 정례 비상경제점검회의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비상경제대책단장은 참여정부에서 건설교통부장관, 행정자치부장관, 국세청장 등을 역임한 이용섭 전 의원이 맡기로 했다.
더문캠 권혁기 부대변인은 "우리 경제가 어렵고 엄중한 상황이라 책임 있는 유력주자로서 직접 경제현안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세워나가겠다는 취지에서 비상경제대책단을 구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또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회원의 날 행사에 참석해 350여개 정책과제가 담긴 정책제안서도 전달받았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번 정책제안서 내용을 기반으로 향후 대선공약을 개발할 계획이다.
그동안 당내 경쟁자인 안 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을 상대로 경선 토론회 개최 횟수, 선의와 분노 논쟁, 대연정 논란 등을 놓고 대립하던 모습에서 국가경제를 챙기는 행보로 선회한 것이다. 더문캠 관계자는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안 지사의 추격세가 사실상 꺾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분간 공개일정은 최소화하면서 나라 경제를 챙기는 준비된 후보다운 모습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선의 발언' 논란으로 추격세가 주춤한 안 지사는 '대통령 임기 단축'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보이며 추격을 위한 동력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안 지사는 지난달 28일 한 팟캐스트에서 '대통령 임기 3년 단축'과 관련해 "어떤 방식의 민주공화정을 작동시킬지에 대한 운영 노하우까지 포함해 헌법에 대한 논의를 촉진시킬 것"이라며 "결과가 임기 단축까지 포함된다고 하면 따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 지사는 이날 국회에서도 "개헌 특위에서 논의되는 사항을 존중하겠다"며 "이후 임기나 여타 문제는 특위 논의 흐름대로 맡기겠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최근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3당이 추진하는 공동 개헌안에 '대통령 임기 3년 단축' 논의가 이뤄지는 것을 두고 "정치인들끼리 모여 개헌 방향을 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만한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안 지사가 문 전 대표보다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인 것은 문 전 대표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이재명 시장은 '야권의 심장' 호남에서 이틀째 일정을 소화하며 지지율 반등에 나섰다. 이 시장은 이날 캠프 공동대변인을 맡은 김병욱 의원을 통해 "방송토론에 대한 당의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오수현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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