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은 이미지 전쟁터다. 19대 대선, 각양각색 이미지의 대권후보들이 격돌한다. 여유로운 1위 '차분한 문재인', 젊은 대통령 '섹시한 안희정', 보수의 희망 '치밀한 황교안', 부드러움의 힘 '친절한 안철수', 톡쏘는 사이다 '유쾌한 이재명', 경제 대통령 '도도한 유승민'. 이들의 이미지를 양파 껍질 벗기듯 헤쳐본다.
◆ 차분한 문재인…실수없이 1위 수성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부드러움(柔)과 치밀한(密) 이미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최근 9주 연속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면서 말투와 동작에선 여유가 묻어나오지만, 모든 경쟁자들이 자신에게 공격을 집중하면서 방어적인 소통방식도 묻어난다. '유+밀'형은 신비로운 매력이 있지만, 떠받을어줘야 하는 사람처럼 보일수 있는 단점도 있다.
문 전 대표는 격식을 차린 클래식한 정장을 주로 입고, 넥타이 매듭도 정통적 윈저노트 방식을 고집한다. 표정 변화가 적지만 항상 미소를 유지하며 우아함과 평정심을 잃지 않는게 특징이다. 말할 때 손동작이 적고 불필요한 제스처를 찾기 힘든 점도 '유+밀'의 특징이다.
상대방과 대화할 때는 조목조목 문제점을 따지고 신중하게 대안을 내놓는 방어형 커뮤니케이션 유형이다. 부산 사투리 억양과 다소 새는 듯한 발음은 중저음 목소리와 어울려 편안한 느낌을 준다.
방송사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는 '실제로'로 시작해, '~고요(구요)'로 이어지고, '~(것이)지요. 일테죠'로 끝나는 문장을 자주 구사했다. 치밀한 '밀'형에게서 자주 나오는 습관들이다.
허 소장은 "문 전 대표는 18대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닮아가려는 듯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이미지를 연출해 '열+밀'로 분류됐는데, 이번 대선기간에는 보다 편안해진 '유+밀' 이미지로 바뀌었다"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야권 지도자로 강력한 발언들을 해왔지만 그의 비언어적 이미지는 이전에 비해 부드럽고 편안해졌다"고 분석했다.
◆ 섹시한 안희정…젊은 대통령 바람몰이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열정(熱)과 즐거움(樂)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대권후보로는 특이하게 강렬하고 섹시한 이미지를 준다. 생각이 많고 충청도 사투리도 섞어쓰지만, 강렬한 눈빛과 힘있는 제스처로 50대 젊은 대통령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안 지사는 도트무늬의 밝은 넥타이와 세련된 정장을 주로 입고, 활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터틀넥도 활용한다.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얘기하는 자신감있는 시선처리와 허리에서 가슴선까지의 파워존을 적극 활용한 힘있는 손짓은 그가 열정적 커뮤니케이션 유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토론회나 인터뷰에서 그는 "저는 먼저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라며 대화를 이끌어간다. '~(아니)겠습니까', '~말씀을 올립니다' 등의 '다나까'식 군인 말투와 주어로 '우리는' 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것도 '열'이나 '락'형의 특징이다.
안 지사가 지난달 들어 폭발적인 지지율 상승세를 기록하며 문 전 대표의 당내경선 대항마로 떠오른 것도 그의 젊고 강렬한 이미지에서 비롯됐다. 안 지사 같은 '열+락'형은 화끈해 보이지만, 신뢰감을 주기 어려울 수도 있다.
◆ 치밀한 황교안…안정과 신뢰로 보수결집
아직 대선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공안검사 출신답게 치밀하고 분석적인 밀(密)형 이미지다. 황 권한대행은 흐트러짐 없는 자세와 성우 뺨치는 중저음 목소리로 소위 '강남 아줌마'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의 각진 반무테 안경은 문 전 대표의 동그란 안경과 대비되는데, 스마트함과 신뢰감을 주는 아이템이다. 푸른색 넥타이를 즐겨 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표정을 유지하면서 일관된 음성톤과 어투로 또박또박 얘기하는 것이 밀형의 전형적인 소통방식이다. 어깨와 상체의 움직임을 적게 가져가면서도, 군인을 연상케 하는 절도 있는 걸음걸이가 특징이다. 황 권한대행을 '지도형 커뮤니케이션'으로 부를 수 있는 이유다.
황 권한대행 같은 '밀'형은 지적으로 보이지만 다소 차가워 보일수 있다. 현재 황 권한대행은 대선후보가 아닌 국정운영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향후 그가 대선출마를 결심한다면, 수준급의 섹소폰 연주 같은 반전 이미지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친절한 안철수…일관된 부드러움의 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PI 업계에서 정치권 관심대상 1호 후보다. 안 전 대표가 18대 대선에 나서면서, 편안하고 부드러운 유(柔)형의 대선후보가 한국 정치판에 처음 등장했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는 노타이의 편안한 비즈니스 캐주얼을 즐긴다. 넥타이를 한다면 국민의당 색인 녹색계열을 선호한다. 부드러운 눈맞춤과 부끄러운 듯한 순박한 미소가 특이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언어 사용과 논리적이고 차분한 소통방식은 '설명형 커뮤니케이션'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안 전 대표는 인터뷰나 토론회에서 "~아니겠습니까" 식의 동조를 구하는 말투를 자주 쓴다. 문장 말미에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자주 쓰는 것도 '유형'의 특징이다. 이런 사람들은 같이 있으면 편하지만 우유부단한 사람으로 보일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 대선에선 후보 단일화 과정 속에 대권을 양보했지만, 이번 대선에선 강렬한 이미지로 변신하려는 노력이 묻어난다. 최근 탄핵국면에서 안 전 대표의 부드러운 이미지가 크게 어필하지 못했지만, 깨끗하고 성실한 이미지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안 전 대표의 브랜드 가치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 유쾌한 이재명…트럼프식 역전 꿈꿔
'사이다'라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별명처럼 그의 이미지는 유쾌하고 즐거운 전형적인 '락(樂)'형이다. 한국 정치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대선후보 유형으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강력한 팬덤이 만들어질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이 시장은 깔끔한 투블럭 헤어에 밝은 계열의 정장과 큰 패턴의 줄무늬 넥타이를 즐겨맨다. 정장에 활동적인 운동화를 매치하면서 자유로운 이미지를 연출하기도 한다. 이 시장의 표정과 제스처는 연극인에 가깝다. 눈썹을 이용한 다양한 표정과 호탕한 웃음, 당당한 자세와 상황에 맞는 다이내믹한 손짓이 청중을 몰입시킨다. 힘있고 명쾌한 어투와 단어 사용으로 주도적으로 소통을 이끈다.
이 시장은 15분 정도의 방송사 인터뷰에서 '네', '그렇죠' 같은 동의어를 50회 이상 사용할 정도로 소통에 적극적이다. '에~', '음~'과 같은 추임새 사용도 잦은데, 모두 '락'형의 특징이다. 함께 있으면 즐겁지만 가볍고 조심성이 없어 보일 수 있다는 점이 '락'형의 장단이다.
◆ 도도한 유승민…쾌도난마 경제대통령
보수 대선후보인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까칠남'이라는 별명답게 직선적이다. 원내 손꼽히는 경제통인 그는 지적이고 차분한 '열+밀'형 후보다.
차가운 톤의 격식있는 정장과 원색 넥타이를 즐겨하는 유 후보는 입술을 꾹 다물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표정의 변화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상대방과 대화할 때는 적극적으로 눈맞춤을 한다. 손동작을 자유롭게 사용하지만 일정 틀을 벗어나지 않아 '자유로운 보수'의 느낌을 준다. 지적이며 여유로운 언어를 구사하고 대구 사투리로 직설적으로 말하는 '설득형 커뮤니케이션' 유형
15분 남짓 생방송 인터뷰에서 '저는'을 21회, '제가'를 19회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 피력하는 특징을 보였다. 유 의원이 잘 쓰는 "(그건) 두고봅시다" 같은 표현도 밀형의 특징이다. 똑똑해 보이지만 다가서기 힘든 사람으로 비칠 수 있는 유형이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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